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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12. 2022

프로야구와 임원의 스토브 리그

 '가을 야구'라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가 팀당 144경기를 마치고 상위 5개 팀이 모여서 단기전으로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시즌을 말하고, 가을에 하다 보니 가을 야구라고들 표현한다.

 또한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의 재계약, 팀 이적 등이 따뜻한 난롯가에서 벌어진다고 해서, 시즌 후 시기를 '스토브 리그'라고 한다. 이 스토브 리그에서 난로의 온기를 듬뿍 받으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곁불 혹은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방출 선수들이다. 영어를 찾아보니 remove나 release 정도로 표현돼서 단어 자체의 감흥은 없지만, 한자를 찾아보니 '출'자가 出이냐 黜을 모두 쓰는데 黜(출)의 의미가 내치다, 쫓아내다의 의미가 있어서 좀 더 리얼한 거 같다. 즉, 방출 선수는 이젠 더 이상 우리 팀에선 당신의 자리와 쓰임새가 없으니 다른 구단 알아보라는 뜻이다. 운 좋게 다른 구단으로 이적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엔 본인 의사나 능력과 무관하게 은퇴하게 된다.


 임원도 비슷하다. 스토브 리그가 시작되는 즈음해서 임원 평가가 한참 진행되고, 첫눈 올 때쯤 거취가 정해진다. 대기업은 이를 임원 동기부여와 성과관리 그리고 조직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강력하고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오죽하면 언론에서 연말 대기업 임원 인사를 보면서 수많은 경영전략 관련 기사를 쏟아 내겠는가? 대부분의 기사는 퇴임 임원보다는 신규 선임이나 승진 인사에 초점을 맞춰지지만.


  중소기업은 어떤가?

 중소기업의 장단점을 논하는 아티클을 보니,  중소기업은 체계와 시스템이 부족하고 인적 역량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성과와 임원 거취 등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고 한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그 덜한 압박은 사람마다 다르다.


 최근에 오너가 이 회사에서 20년 넘게 재직했다는 임원 한 명의 이름을 회의석상에서 마치 아들 친구 이름 부르듯 하는 걸 보면서, '참 훈훈한 사이구나.'라는 느낌보다는 죽었다 깨어나도 20년 동안 이 회사에 머물 수 없는 내 입장에선 넘사벽으로만 느껴졌다. 물론 이름이 불린 임원의 그간의 기여와 노고를 인정하지만, 과거의 성과를 인정받아 여기까지 온 거라면, 과거의 기여와 헌신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평가가 그저 오랫동안 함께 한 세월로 좌우된다면, 많은 보상을 통해서 단기간에 확실한 성과를 지향하는 임원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임원을 통한 조직 성과 창출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마치 보상은 임원급인데 성과와 마인드는 여전히 고참 부장 수준이랄까.




 퇴임하는 경우는 대기업과 비슷하다. 차이라면 중소기업은 퇴임으로 가는 시간이 좀 더 오랜 걸린다.  대기업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성과나 미래 가치가 안 보이면 풍부한 인적자원 속에서 대안을 찾는 반면에, 중소기업은 마치 다 써가는 치약의 튜부를 짜고 또 짜다 버리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퇴임으로 마무리 되는 속도가 길다는 차이일 것이다. 오너와 고위 경영진 눈 밖에 나서 퇴임하는 것도 공통된 중요 사유인데, 의외로 조치의 신속성 면에서는 오히려 대기업보다 앞선다.


 권오현 삼성전자 전 부회장의 저서'초격차'에서,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대기업에 비해 협소한 인재풀로 인한 제약이 크다고 언급했었는데, 일정 부분 동의한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자신의 외모가 타인의 이목을 끄는 걸 아는 것처럼, 좋은 인재들도 그러하여, 중소기업으로는 잘 오려하지 않기도 하고, 중소기업은 조직 자체의 양성 체계와 노하우가 부족하여 자체적인 양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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