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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28. 2022

전원일기 양촌리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양촌리를 위한 변명

MBC에서 방송됐던 '전원일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오래 방영된 드라마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을 쓰기위해 찾아보니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22년간 방송된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롱런과 유명세로 숱한 일화와 후일담이 많은데 그중 기억나는 건 극중 배경 동네 이름인 '양촌리', 김수미 배우의 노역이 돋보인 '일용엄마' . 최불암 배우의 '회장님' 등 이다.

 그중 양촌리는 경기도 양평에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로 ,최근 tv를 통해서 보니 정말 평범하고 조용한 시골 농촌이었다. 전원일기가 주는 이미지와 유사한 것 같았다.



 전원일기 양촌리의 여유


 조직 내에는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그 안에서 인정하고 생활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조직문화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수십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와 판교의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를 비교했을 때, 느끼는 분위기 차이를 떠올리면 된다.


 내년을 준비하는 회의에서 올해 실적분석,  시장과 고객에 대한 냉철한 분석 그래서 내년엔 어떤 것을 강화하고 준비하여 어떤 목표를 가지고 조직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보다, 직원들하고 밥먹고 소통하라는 얘기를 더 많이 하는 조직이 있다. 밥먹고 소통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직원들의 욕구를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중 생리적 욕구 충족으로만 한정시키는 것이 문제다.

 반면에 직원들에게는 네카라쿠배나 대기업 직원들처럼 일하길 바라면서, 처우나 제도 등은 '라떼는 말야'를 금과옥조 마냥 내세운다. 결론은 그 때에 비하면 지금 이 정도는 천국이다 정도로 마무리 된다.



 양촌리 이방인의 최후


 이 조직에 선망하는 외부 조직 출신 리더 한명이 영입되었다. 마치 전원일기 양촌리 들판에 양복 차림의 외지 사람처럼 조직 입장에선 낯설고 눈에 띈다. 기대보다는 기득권과 기존 문화에 대한 도전과 파괴의 우려가 더 크다. 한마디로 양촌리 분위기를 모르고 천방지축 날 뛸까 걱정이다. 기존 조직의 멤버들의 눈엔 영입된 리더가 매우 이상해 보이지만, 반대로 그 리더의 입장에선 이 조직의 모든 것이 '여긴 왜이래?'로 보여진다.


 몇달이 지나서 그 리더가 내린 결론은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이다.


 좋게 얘기하면 적응이지만 개인 커리어 측면에선 퇴행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영입된 리더가 서둘러 양촌리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새마을 모자를 쓰고 들판에 호미를 들고 나온들, 기존 주민들과 달리 어색해 보이는 것은 둘째 치고, 구성원들의 협업과 협조 하에 성과 창출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어정쩡하게 자신의 장점만 훼손되고, 조용히 퇴장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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