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첩장을 받기로 한 날이다.
가을이 오는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내리쬐는 햇살로 인해 온 세상이 반짝 반짝 거리는 듯 하다.
학교 후배와 동기와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서울역 부근에서 만났다.
한 명이 더 오기로 했지만 일이 있어 오기 힘들 것 같다 했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각자 근황들을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일 들에 대해서도 떠들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청첩장을 준 후배가 다음 약속이 있다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다음 일정을 향해 흩어졌다.
딱히 약속이 없던 나는 고민 끝에 광화문의 한 서점을 가기로 했다.
광화문까지 약 3-40분 가량 걸린다고 하였지만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길에 사람도 얼마 없으니 이 틈을 타 열심히 걸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서울로를 걸어 보았다. 올라가는 길목의 난간에는 작가들이 써둔 짤막한 글귀들이 써져있었다. 평소 생각지도 못한 표현들이, 그리고 그 표현법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담았다.
서울역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어느 길, 그 길의 한 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수제화 거리로 들어서는 길목이라 그런가,
다리와 신발이 그려진 산책하는 다리(?)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그 그림 주위로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게다가 햇살까지 드리우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어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 주변엔 노숙자들이 있었다.
길에 떨어져있는 음식들을 한 데 모아 입에 넣는 사람,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는 벽에 기대 앉아 있는 사람.
내가 멀리서 지켜봤던 그림과 노숙자의 조합은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약간 이런 느낌인걸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공원’ 이라는 말에 발걸음을 돌려 공원에 왔다.
여전히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선선해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다.
공원 한 바퀴를 돌다 벤치에 앉았다.
해가 쫙 비치는 위치였지만 크게 중요치 않았다.
귀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을 정지시키고 이어폰을 뺐다.
그리곤 가만히 앉아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큰 소음 없이 사람 지나다니는 소리, 새소리, 공원 옆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등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소리들이 좋았다.
그 소리를 들으며 집에서 갖고 나온 공책을 펼쳐보았다.
2년 전 여행갈 때 챙겨 갔던 그 노트다.
매일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챙겨갔는데 약 2주간의 여행 중 5일 정도만 기록되어있다. 그래도 그 기록들을 보니 그때 당시의 상황들이 감정들이 떠올라 좋으면서도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쓸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얼마나 거창한 걸 쓰겠다고 하루의 30분도 시간을 내지 못해 기록을 못했을까.
아쉬우니 이제는 그런 마음이 없게 현재를 써내려가고 있다.
공원의 아무 벤치에 앉아,
참 즉흥적이지만 그 즉흥이 -
아무런 방해없이 멍하니 멍때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
오늘따라 더 좋다.
코로나 때문에 요근래에는 회사-집 말고는 오간 곳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렇게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정말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