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10분, 사유> 일상의 물음표에서 느낌표를 찾아봅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자투리 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를 가지러 가는 밤늦은 시간
이곳은 예전에 이 동네 역사와 함께한 초등학교가 있던 부지다.
신도시가 생기면서 학교는 아파트 단지 옆으로 이사를 갔다.
부지 한쪽 자투리 공간은 주민들을 위한 작은 주차장이 되었다.
예전 학교들이 그랬듯이 이곳도 살짝 동네 언덕 쪽이다.
볼 일을 보고 다시 언덕을 올라 주차장까지 도착하면 낮시간에는 땀이 난다.
그래도 마음 놓고 주차할 곳을 발견했다는 게 어딘가. 감사하다.
학교부지와 운동장이 있던 대부분은 팬스가 쳐져서 못 들어가 가게 막아뒀다.
학교 교문을 통과해 초입 부분에만 주차할 공간으로 주민들에게 개방해 두었다.
이름도 "자투리 주차장"이다.
자투리...
뭔가 쓰고 남은 사물, 공간을 말할 때 쓰는 단어.
큰 쓸모는 없는 데 있으면 또 고마운 존재
우리 삶에 이런 '자투리'를 내어주는 사람, 이웃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 내어주는 사람보다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동네 빈 터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땅따먹기 하듯이 상추모종을 심는다.
자투리를 알차게 써먹겠다고 서로 경쟁하듯이.
정작 그 땅의 주인도 아닌 그들이 마치 자기 땅인 양 서로 더 차지하겠다고 싸운다.
'자투리'에 대한 감사와 '자투리'에 대한 욕심은 좀처럼 친해지기 어렵겠지.
주차장이 된 이 공간에 길고양이가 여러 마리 산다.
이 녀석은 도망도 안 가고 나에게 눈인사까지 하니 발길이 잘 안 떨어진다.
이미 우리 집에는 길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걸... 미안...
미안한 마음으로 뒤돌아 차를 꺼내 교문을 통과했다.
아까 그 길고양이가 동네 골목길로 어슬렁 걸어간다.
뒷모습을 바라보다 생각한다.
저 녀석에게는 이 '자투리' 공간이 '삶'의 터전일 테지...
나는 문득 '자투리'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