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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빈도리와 나비] 변화를 알아챈 나비의 속도

[보고, 10분, 사유] 물음표와 느낌표 찾기

by 윤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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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꽃망울이 터지는 만첩빈도리 / 2025년 6월 13일 시들어가는 만첩빈도리

출근할 때 야외 주차장에 피어나는 꽃을 보는건 일상의 행복중 하나다.

이때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예쁘구나 쓱 눈으로 마음으로 훑고 지나간다.


퇴근할 때는 잠시 오전보다 더 피어난 꽃잎이 있는지 살핀다.

이때는 사이사이 날아가는 흰 나비와 꿀 채집에 바쁜 벌들도 눈에 담을 여유가 생긴다.

예전에는 벌이 있으면 쏘일까봐 겁을 먹었는데 이제는 벌이 있으면 감사하다.

벌의 개체수가 많이 줄어 생태계가 위험하다는 뉴스를 본 탓일까.


5월말 백색 꽃잎을 앙다문채 가는 줄기를 따라 매달려있던 만첩빈도리.

6월 초가 되자 서둘러 꽃망을 터뜨려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때만해도 백색의 꽃잎과 흰 나비는 여유로웠던 것 같다.

영상을 찍던 내 손길이 나비의 날개짓을 따라갈 때 버겁지 않았으니까.

그때는 나비가 꽃잎에 머물러 꿀을 채취하는 시간이 길었다.

덕분에 나비를 가까이에서 보기위해 카메라 줌을 당겨서 찍을 여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6월 13일의 만첩빈도리와 나비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있었다.

꽃망울이 터진 꽃잎들이 더위에 익어 시들어가고 있었다.

백색의 꽃잎은 갈색으로 대부분이 변해있었고 나비들은 막바지 꿀 채취에 정신이 없었다.

한 꽃잎에 머물렀다 떠나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였다.


3월부터 이 주변에는 여러꽃들이 피었다.

민들레, 산수유, 벚꽃, 냉이꽃, 아기똥풀, 귀룽나무꽃, 개망초, 아까시나무, 등나무꽃, 복숭아꽃, 금계죽, 매발톱꽃, 양귀비, 수국, 만첩빈도리까지.


나풀거리는 날개짓으로 흰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한껏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였던 봄날의 나비는 더이상 없었다.

나비는 몇분 후면 폐점하는 마트에 겨우 도착한 손님처럼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막바지 꿀채취에 여념이없다.


나비는 자연의 시계가 곧 상반기 시즌의 폐점 알람을 울릴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없는 만큼 꿀을 채취하는데 더 집중해야하고 빨리 판단해야만한다.

꿀이 없는 꽃잎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

미련없이 접었던 날개를 펼치고 다른 꽃잎으로 날아야한다.


나비는 "때"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여유롭게 날아다니며 어디에 꿀이 가득찼는지 파악할 때와 집중해서 꿀을 따야할 때, 그리고 떠나야할 때.


우리 삶에도 나비처럼 변화의 시기에 알맞는 "때"를 알아차리는 감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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