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누구가 되는 것

틈틈 일기

by 윤서린

나는 원래 사람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는 게 어렵다. 수년간 만났던 아이들 소아과 병원 간호사를 쇼핑몰에서 우연히 스치듯 봤는데 한참을 누구인지 떠올리다 며칠 만에 겨우 알아챘다. 그렇다. 나는 장소와 차림새가 달라지면 상대를 잘 못 알아본다. 목소리를 들으면 순간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나와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제도 그랬다.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고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분이 인사하길래 나도 엉겁결에 인사를 했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누군인지 도통 기억이 안나 갸우뚱하며 일행에게 아는 분이냐고 살짝 물어봤다. 일행이 깜짝 놀라며 말하길 우리가 방금 식사하고 나온 식당 직원분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분의 정체를 알고 나의 맹꽁이보다 못한 기억력에 학을 뗐다. 불과 5분까지만 해도 한 공간에 두 시간 동안 같이 있었는데. 심지어 메뉴를 건네주고 질문을 하며 유쾌하게 한 두 마디를 건네기도 했는데 전~~~ 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구인지 알고 다시 뒤돌아보니 외투를 입고 있어서 내가 못 알아봤고 원래 장소가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서 낯선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미미한 안면인식장애 같은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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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샅샅이 기록한 하루,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과 그림, 소설, 노랫말 작사를 통해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중. (늘그래, SMY로도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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