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음악의 영역에 들어오면 불편한가요?
나는 내가 쓴 글로 인공지능 어플을 통해 노래를 만든다.
요즘은 아예 노래를 위한 작사를 따로 해서 대부분의 노래를 만들곤 한다.
AI음원생성 어플을 이용해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가사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드는 놀이를 시작한 지 7개월째.
꽤 많은 노래들을 만들었고 주변에 조금씩 들려주었다.
브런치스토리에는 연재북 <세상에 스미는 노랫말을 씁니다>를 통해 간간이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내가 쓴 노래가사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들려주면 반응은 주로 두 가지.
- 글이 노래가 된다니 신기하다.
- AI인 게 티가 난다. (굳이 AI 노래를 찾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AI 노래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음악이라는 예술의 영역에 침범한 인공지능이 불편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 공감하며 즐긴다는 것은 어떤 정서가 서로 통했다는 의미와 닿아있다.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나를 행복하게 하고, 용기를 주는 음악이라는 존재.
그런데 인공지능이 만든 멜로디와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되면 그 감동은 휘발되고 어떤 면에서는 농락당한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그럴 때 내가 쓴 노래가사도 단숨에 인공지능과 한통속으로 싸잡혀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는 경험을 했다.
그로 인해 노래 가사를 쓰는 것에 회의와 침체기가 왔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것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대형쇼핑몰이나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아 검색 기능을 통해 찾아보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노래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음원등록이 되지 않는 유튜브의 수많은 플레이리스트들도 인공지능으로 만든 곡들이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너도나도 인공지능으로 뚝딱 노래를 만들 수 있고 (심지어 가사를 쓸 필요도 없다고 홍보한다) 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오히려 그렇게 인간이 하는 창작영역의 전부를 인공지능에 손쉽게 맡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걸 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AI에게 100% 창작의 권한을 주는 것보다 조력자로서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나름의 실험을 한다.
내가 가사를 쓰고 프롬프트를 설정해 만든 AI 노래를 여러 다른 정식음원 노래들 사이에 섞어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일종의 편견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AI가 공동으로 작업한 노래를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싶어서다.
그래봤자 나의 주 청취자인 4명의 자녀들이 실험대상이지만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나의 독특한 장르적 취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세대에게 내 노래를 선택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오늘 발행한 [11월의 크리스마스]도 둘째 딸의 관심을 받은 덕분에 브런치 연재북에 올려야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들은 노래를 들을 때 우선 멜로디에 꽂혀야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꽤 여러 번 장르와 작곡 방향을 변경해서 프롬프트를 설정해 노래를 만든다.
노래에 괜찮다는 반응이 오면 그때서야 신나게 노래 가사를 쓰게 된 배경, 스토리, 가사에 공을 들인 부분을 설명한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지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감정들은 내가 직접 쓴 노래가사에 녹아있다.
AI음악은 별로라는 생각, 인간미가 없는 만들어진 감정이라는 것에 나는 반기를 들고 싶다.
내가 쓴 노래 가사가 사람들 마음에 스며드는 순간이 올 때까지 나는 그 편견을 이겨내며 노래 가사를 계속 쓸 것이다.
만약 AI 음원에 거부감이 든다면 그냥 제가 쓴 노랫말만 읽어도 좋고 그 노랫말이 어떤 노래가 됐는지 궁금하면 그때 노래를 들어도 좋습니다. 물론 자신만의 상상으로 노랫말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결국 노래도 이야기니까요.
노랫말과 노래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브런치 연재 링크를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