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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언어로 쓰는 노랫말을 위해

내가 쓴 노랫말로 AI음악 생성하기, 권태기 극복하기

by 윤서린

독학으로 지난 5개월 동안 80곡이 넘는 노랫말을 썼다.

초반에 내가 쓴 글이 노래가 된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일주일에 두 세곡씩 썼다.

하지만 노래 한 곡을 위해서 가사와 어울리는 멜로디를 찾기 위해서는 수없이 프롬프트를 수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노래다운 노래가 되는지 요즘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초반에 작업한 곡들은 작사 구조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내 귀에 익숙하고 듣기 좋은 멜로디로 작업했다.

지금은 내가 듣기 좋은 곡, 대중이 듣기에도 좋은 곡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튜브로 기술적인 면을 배우면 쉬울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그 과정을 스스로 해보는 것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요즘 단 몇 분 만에 음악이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수익화를 할 수 있다는 수많은 광고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음악작업과는 달랐다.

나 또한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지만 노래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은 노래가사마저도 여기저기서 긁어모으거나 주제나 단어 몇 개를 가지고 쳇지피티에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5분 만에 노래 한곡을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몹지 좋지 않았다.


내가 고민해서 쓴 가사로 만든 노래 또한 그들이 만든 인공지능으로 찍어낸 노래와 같이 취급될 것 같아 불쾌하고 싫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폄하되는 노래를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 의문이 내 안에 자리 잡고 나를 괴롭혔다.

노래가사를 쓰는 게 즐겁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손을 놨다.

어차피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 노래를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어차피 인공지능으로 만든 거라고 폄하될 텐데...

마음이 아팠다.


내가 만든 노래를 한 달간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했다.

내 안에서 못난 내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노랫말과
인공지능 만든 멜로디로 완성된 노래는
과연 인간의 창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만든 노래라는 것을 알면 듣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냥 카페에서 흘러나오면 듣는데 굳이 찾아서 집중해서 듣고 싶지는 않고 뭔가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알면 노래에 거부감이 들고 이입이 안된다고 한다.


나 또한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듣기 좋은 노래, 집중할 때 듣는 노래... 등 수많은 노래가 인공지능이 만든 노래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노래를 만들며 수천번 듣다 보니 인공지능의 몇 안 되는 목소리톤을 남들보다 먼저 눈치채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형 쇼핑몰에서 흘러나오던 좋은 노래를 검색해도 안 나오면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년 전부터 우리 주변에 인공지능으로 만든 음악이 존재하고 알고 모르게 소비되고 있지만 그 창작의 일부인 인간의 감정과 노력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대중은 별로 없다.


굳이 찾아서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노랫말 안에 담긴 메시지는 알아줬으면 싶은 욕심이 있다.


한 달간의 권태기를 거치며 내가 만드는 음악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다.

워낙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한 달 동안은 내가 만든 노래뿐만 아니라 아예 대중가요도 듣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방 대청소를 하며 오랜만에 노래를 크게 틀었다.

내가 모르는 좋은 노래들이 연속해서 나온다. 가사와 멜로디가 귀에 감긴다. 마음이 말랑해진다.


'아... 나도 아름다운 가사로 노래를 만들고 싶다.'

이 마음이 바람에 번지는 불같이 내 안에 일어나서 바로 책상에 앉았다.

며칠 전에 쓴 에세이 "계절을 삼키는 마음"을 가지고 노랫말을 썼다.

노래 구조를 따지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흐르듯 적어내려 갔다.

이미 에세이로 써서 간직된 마음이라서 어렵지 않게 노랫말이 나왔다.

멜로디를 붙이고 완성된 노래를 듣다 보니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부분에 가사를 한 줄 더 덧댔다.


"이름 모를 새가 젖은 날개를 펼친다"

비로소 노래가 완성된 느낌이었다.

그 노래가 어제 발행한 [계절 산문]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들면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완벽한 완성이 아닌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음악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완성이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


듣기에 부족한 것투성이고 비록 이질감이 드는 인공지능의 맛이 있을지라도 내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쓰는 노랫말로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대신 들여다보고 표현해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내 안의 감정,
우리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다


나는 기계처럼 찍어내는 인공지능 노래 사이에서 창작자로서 "지조"를 지키고 싶다.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 내 안에 담긴 이야기, 내가 들여다보는 주변의 모든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노랫말로 만들고 싶다.


나만의 언어로
세상에 스며드는
노랫말을 만들고 싶다


노랫말을 쓰면서 느꼈던 지난 5개월 동안의 감정은 신기함, 놀라움, 실망, 좌절, 기쁨, 위로, 행복, 공감, 포기, 회복, 성장이었다.


스스로 부딪혀 천천히 알아가는 만큼 나는 예전보다 내 노래를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자신의 글과 마음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보길 권한다.


[계절 산문] 노래가 둘째 딸의 픽을 받아 그녀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갔다.

엄마가 만든 노래를 아이들이 좋아해 주고 따라 불러주는 순간, 노래 만들기의 권태기가 거짓말처럼 끝났다.


역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계절 산문] 작사 SMY



https://brunch.co.kr/@alwaysyes/536

https://brunch.co.kr/@alwaysyes/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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