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썸' 좀 타볼까

사랑에 관한 노랫말 쓰기에 대하여

by 윤서린

나이가 들어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노래 가사를 쓰면서 이런 의문으로 고개를 갸웃할 때가 많다.

지나간 감정을 뒤적거리며 노래 가사를 쓰다 보니 내가 만드는 사랑 노래의 90%는 이별 노래이고 10% 정도는 짝사랑 노래다.

왜 이렇게 노래의 주인공들을 이별의 시련으로 몰아넣는지 생각해 보면 그건 내 안의 방어기제 때문이다.

사랑받는 게 겁나는 사람, 변화되는 관계에 먼저 도망치려 하고 상처받기 싫어 혼자 좋아하는 마음, 그렇게 살아왔던 나의 기억이 내가 쓰는 노래 가사로도 나온다. 결국 사랑 노래를 쓰려했지만 결국 이별 노래가 되고 마는 슬픈 현실.


얼마 전에 올린 [11월의 크리스마스]도 사실 시작은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좀 달달한 노래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또 남자주인공을 이별의 주인공을 만들고 말았다. 떠나간 연인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녹아버린 눈사람이 된 것이다. 이쯤 되니 노래 속 주인공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자신들도 말랑하고 설레는 사랑 노래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제발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자뭇 대중을 향해 노래가사를 쓰는 사람이 되려면 다양한 감정들을 써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내 노랫말은 자기 내면, 성장, 위로, 공감이 주된 주제였는데 이제는 더 다양한 감정에 대해 노래를 쓰고 선보이고 싶어졌다.


사실 본격적인 사랑 노래를 쓰기 위해 실오라기 같은 작은 감정도 끌어모아 가사를 써둔 곡이 있었다.

2025년 8월에 만든 [Like or Love]라는 곡이 그 곡 중에 하나다.

이 노래는 요즘 말로치면 '썸'을 타는 남녀의 이야기다. 서로의 감정이 정확히 좋아하는 것인지, 사랑의 시작인 지 알지 못해 선뜻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노래했다.


처음에는 한국어 가사로 노랫말을 썼는데 쏙쏙 들어오는 가사에 내가 쑥스러워서 혼자 부끄러워졌다.

역시 너무 말랑한 건 내게 위험하다.

노래 가사에 영어 후렴을 넣어서 좀 달달함을 중화 켜 본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아예 팝버전으로 영어가사를 다시 만들어 노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노래의 멜로디를 찾아가고 수정하면서 계속 듣다 보니 왜 내가 그 노래의 주인공처럼 설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고백받는 느낌. (이 얼마만의 고백인가... 워~ 워~ 너무 몰입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자 ;;)


만들어 놓고 보니 팝버전 노래가 꽤 마음에 들었다. 한도초과된 업된 기분 탓인지 평소라면 귀찮아서 엄두가 안나는 일을 시도했다. 기계치인 내가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가며 이 노래의 팝버전으로 휴대폰 벨소리까지 만든 것이다. 거의 20년 가까이 아이폰 기본 벨소리를 썼었다. 그런데 내가 쓴 가사로 만든 노래를 벨소리로 지정해 두니 전화가 올 때마다 괜히 그 상대가 누구든 기분 좋게 받게 된다. 사랑 충만, 인류애 가득, 세상은 아름다운 것~ 이런 느낌으로.


오늘 몇 달간 혼자 듣던 노래를 용기 내서 브런치스토리 <세상에 스미는 노랫말을 씁니다. 2>에 발행했다.

노래를 듣다 보니 좋아하는 감정은 오래 묵히면 사라질까 오히려 더 깊어질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오후에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로 외출할 일이 있다. 그곳에서 스치듯 떠다니는 영감들을 발견하고 또 다른 사랑 노래를 써보고 싶다.


노래 가사 속의 두 커플은 서로 '썸'을 타고, 나는 내가 만든 노래와 '썸'을 탄다.


https://brunch.co.kr/@alwaysyes/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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