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둔다는 것”은 “반긴다”는 뜻

[읽고 쓰는 삶 268일 차] 박준 <계절 산문>

by 윤서린


박준 <계절 산문> 중,

[크게 들이쉬었다가는 이내 기침이 터져 나오는 겨울밤의 참 공기처럼]을 읽고,


11월이 끝나가는 무렵, 열기가 가득한 얼굴로 박준 시인을 책장에서 더듬어 찾는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지고 마음이 약해지면 산문을 읽을 준비가 끝난 것이다.


목차를 훑고 성큼 겨울의 산문으로 접어든다.


“크게 들이쉬었다가는 이내

기침이 터져 나오는 겨울밤의 찬 공기처럼

덮어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156면)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짧은 산문 속에 시인은 내 떠도는 마음을 묶어둔다.


“덮어둔다는 것은 어느 낮은 시간을 그냥 흐르게 하는 것이고, 그곳으로 흘러오는 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반긴다는 뜻이며 한참 세상이 지나 그 위에 무엇이 쌓였다 해도 변함없는 것들을 다시 찾아내는 일입니다.” (157면)


나는 관계의 혼돈 속에서 혼자만의 잣대로 스스로의 마음을 날카롭게 긁어 상처를 만들며 아파하곤 한다. 어떤 면에서 나에게 덮어둠이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 안 깊숙이 묻어버리는 것에 가깝다.


그런 나에게 박준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연스럽게 그냥 흐르게 두라고.

다시 흘러들어오면 마다하지 않고 반기라고.

변화된 관계 속에서도 변함없는 가치를 찾아내라고.

그것이야말로 덮어둠의 미학이라고.


가슴에 묻어두었던 관계에 대해 다시 상기해 보는 아침이다.


묵직한 마음의 흙을 걷어내고 봄의 싹을 기다리듯 다시 싹터오를 사람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슴 안에 묻어본다. 아니 가만히 품어본다. 그리고 이 겨울, 얼어붙지 않게 잘 덮어둔다.


다시 반갑게 인사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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