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일 동안 만든 '글종합선물세트'

[ 글 발행 300일 회고 ]

by 윤서린


브런치스토리에서 얼떨결에 2024년 10월 작가명 '늘그래'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윤서린'이라는 필명으로 바꾸고 여전히 시와 노랫말은 본명 이니셜 'SMY'로 활동하며 어쩌다 한 번씩 고양이가 되어 '파니파니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늘은 독서습관을 잡고 글 쓰는 연습을 위해 달려왔던 지난 300일간의 시간을 회고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일종의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심산으로.


2025년 3월 3일에 시작된 나만의 "매일 읽고 쓰는 삶" 챌린지가 오늘부로 어느덧 300일 차가 되었다. 글은 590개가 쌓였다.


새벽과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독서기록을 남기던 <독서처방과 밑줄 프로젝트>가 9권으로 딱 한 달 전에 끝났다. 그 후 책에서 발견한 문장으로 나만의 사유가 담긴 문장을 쓰는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를 쓰며 글쓰기 연습을 했는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30회 차로 오늘 겨우 1권이 마무리되어 우선 한숨 돌린다.


300일 동안 매일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여정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사이사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그렇게 300일 차가 됐다.


독서기록을 9권까지 쓰는 동안은 잠을 줄여가며 책상 앞에 앉아 출근 전 2~3시간을 할애했다. 이때는 체력적인 게 가장 힘들었는데 결국 200일 차가 넘어가는 시점에 면역력 저하와 폐렴으로 입원하게 된다. 그때는 여기서 포기하면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픈 와중에도 나를 더 다그쳤다. 미련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을 나 스스로 증명하던 시기였다.


그 후, 100일은 서서히 글쓰기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할머니가 돼서도 글을 계속 쓰려면 건강을 챙겨야 함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벽 독서'라는 타이틀을 포기할 땐 굉장히 괴로웠다. 뭐 하나 딱히 내 세울 게 없는 나에게 '새벽 독서'라는 타이틀은 브런치스토리에 나를 알릴 수 있는 이름표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글쓰기 초보에게 근면, 성실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었다.


우려와 달리 감사하게도 새벽 독서글을 쓰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내 글에 눈도장을 찍어 주시고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이 계시다. 어느덧 구독자도 200분이 넘었고 지인이 아닌 첫 멤버십 구독자도 생겼었다. 내 글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돈을 주고 구독한다니 어안이 벙벙하고 감사하고 뭘 써야 할지 살짝 부담도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멤버십글은 <물음표과 느낌표를 찾는 틈틈일기>라는 연재북에 올리는 내 일상이 담긴 일기였기 때문이다.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멤버십 발행이 생겼을 때 어떤 시스템인지 경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몇 편 써서 초반에 발행한 적이 있었다. 워낙 수다스럽게 글로 떠드는 걸 좋아하는 나라서 이왕 떠드는 거 개인 SNS가 아닌 브런치스토리에서 떠들자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멤버십글이니 일반 구독자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져 읽힐 확률이 적기 때문에 마음껏 나의 엉뚱한 생각들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밖에도 몇 권의 브런치연재북이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상에서 심상이 떠오를 때는 <마음밭, 떨어진 시의 씨앗>에 글을 쓴다.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내 새벽독서글보다 시를 더 좋아한다. 브런치스토리 특성상 '시'라는 장르가 어마무시한 텍스트 사이에 쉼표 같은 느낌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다, 글이다>에서는 취미미술로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와 내 그림을 함께 올린다.

<세상에 스미는 노랫말을 씁니다>와 <노랫말 작사를 위한 파편집>은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음악창작놀이를 아카이빙하고 있다. 2025년 4월 말부터 내가 쓴 글이나 시를 다듬어서 음악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예 노랫말 작사를 하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글 창작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초반에는 독특한 음악색이 짙었다면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대중적 장르로 옮겨가며 변화를 맞고 있다.


<알알샅샅이 기록한 하루>는 일상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쓰는 연재북이다. 다음 포탈에 '저녁밥상이 눈물밥상이 된 이유'라는 글 한편이 검색어 상단에 노출되면서 25,700회가 넘는 조회수가 나와서 한껏 들뜬 며칠을 보냈던 기억도 선하다. 하지만 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이때 제목이 한몫했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글 쓸 때 후킹이 되는 제목을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던 시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또 양심이 까끌거릴 것 같아서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가끔 재미있는 소재의 글을 쓸 때는 구미가 있는 맛있는 제목으로 구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보고 십분 사유>는 사물을 10분 관찰하고 사유를 써보는 연습을 했던 연재북이다. 시와 같은 이유에서인지 평소의 내 글보다 조회수가 높다. 결국 짧은 글이 소비되는 흐름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고민해 본다.

<초단편 소설집 : 코리다>는 내 일상만으로 글을 쓰기에 버거운 주제들을 자유롭게 써보고 싶어서 겁 없이 시작해 본 연재북이다. 구조를 튼튼히 잡고 시작해야 하는데 소재만 가지고 쓰기의 즉흥성에 의존하다 보니 난관에 봉착. 두 편을 쓰고 잠시 멈춰서 있다. 하지만 내 글쓰기의 최종 목적지는 단편소설과 그림책 같이 상상과 허구가 진실이 공존하는 곳이다.


<우리 아이는 난독증입니다>라는 연재북은 넷째 아들의 난독증 극복기를 반추하며 써 내려간 글이다. 글을 쓰면서 많이 울었는데 스스로 죄책감에서 많이 벗어나게 해 준 고마운 시간들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다. 아마 25권이 넘는 연재북중에 단 한 권만 남겨야 한다면 이 연재북을 남길 것이다.


<허드레꾼과 허튼 생각>은 브런치스토리에 작가가 되면서 처음 쓴 글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과감하게 썼는데 글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라 거침없이 막 쓰는 재미가 있었다. 아마 새벽독서글이나 시를 통해 나를 구독하신 분들은 글의 결이 너무 달라서 뒷걸음 치실 수도 있다. (이런 글을 쓰는 제 안의 저도 한 번 봐주세요. 의외로 재미있을 수도 있어요. 나름 마니아 독자층이 있지만, 곧 삭제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 지금은 연재를 쉬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때 어느 선까지 드러내고 지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져서였다. 그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중에 소설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지우고 싶을 것 같아서 아예 연재북을 열어보지도 않고 있다.


<파니파니냥의 영감 없는 영감상점>이라는 연재북은 아마 공이 제일 많이 들어갔던 글로 기억이 된다. 겨우 3편까지 발행하고 표류 중인데 그 이유는 글을 쓰는 작가가 내 상상 속 '고양이', 파니파니냥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발톱을 세워가며 키보드를 한 글자 한 글자 냥이타법으로 치고 있는 고양이를 상상해 보면 그 노동력이 짐작이 될 것이다. 혀 짧은 애교를 장착한 시크하고 심드렁한 고양이의 말발에 항마력을 장착한 마니아 구독자 몇몇 분께 소소하게 사랑받던 글이고 나의 엉뚱함이 묻어나는 글이라 애정하고 있다. 파니파니냥은 구독자분들의 하트와 댓글로 먹고사는 상상 고양이 작가인데 몇 달째 글을 쓰지 못해 배를 곯고 있는 상황이라 좀 가엾기도 하다. 조만간 조만간 약속대로 커밍 순~~~ 예정.


그 외 몇몇 연재북은 정리될 예정이고 또 다른 새로운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300일 차를 채운 오늘, 넌지시 큰 딸에게 이제 매일 쓰는 챌린지는 끝낼 때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에이... 원래 챌린지는 365일까지는 채워야 되는 거예요.' 이런다.

거 본인이 쓰는 거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


그동안은 독서글과 사유글만 발행일차에 카운팅을 했었다. 결론적으로 하루에 두 개, 많게는 세 개까지 여러 연재북에 다양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글들도 매일 글쓰기 챌린지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물론 연재북에 [매일 읽고 쓰는 삶 000일 차]라는 카운팅은 내일부로 사라질 것이다. 가끔 기념될만한 일차가 돌아오면 일기처럼 기록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사유로 쓰는 글 덕분에 문장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매일 글 한편을 발행하는 것은 힘에 부쳤다. 이제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다양한 일상이야기로 매일 편하게 브런치스토리에 들릴 예정이다.

가끔 한 줄만 써놓고 도망갈 수도 있고 오늘처럼 신나게 수다를 떨고 갈 수도 있다.



나는 300일 동안 매일 쓰면서 '뭐라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평생 쓰다 보면 언젠가는 작가라는 호칭에 걸맞은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품어본다.


3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브런치북에 썼던 나의 글들은 기록을 사랑하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구독자분들을 위한 글이기도 하다.

담백하고 달달한 글과 함께 가끔 불량식품 같은 글들의 섞여있는 '글종합선물세트'.

위에 소개된 연재북에서 입맛에 맞는 글을 찾아 새로운 글맛을 보는 것도 추천드리며 글쓰기 300일 차 회고글을 마친다.




300일 동안 함께 해주신 구독자와 작가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모두 즐거운 글쓰기 되세요~


_ 윤서린, SMY, 늘그래, 파니파니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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