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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과 노쇠함 그리고 사리는 마음

by 윤서린

이제 아프면 겁이 난다.

참는 거 하나는 자신 있던 나였는데, 약한 소리 하는 건 딱 질색인 나인데 그런데도 아프다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살금살금 기어 나온다.


삼 일 전부터 목이 칼칼하고 따끔거린다. 마치 내 얼굴을 향해 난로가 켜있는 것처럼 뿜어 나오는 입김에 열감이 있다.

그런데 체온을 재면 정상 범주다.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어 처방받은 약과 진통제를 연달아 먹었다. 겨우 버티다 퇴근 후 병원을 다시 찾아가 독감 검사를 한다. 이 또한 정상이다.


이렇게 아픈데 독감이 아니라니….

차라리 독감이면 당연히 아픈 거니까 그려려니할 텐데.

저번처럼 독감도 코로나도 아니라는 결과를 받고 나서 급성폐렴으로 입원하게 되는 건 아닐까 지레 겁이 난다.


저번에도 이렇게 혼자 끙끙 앓다가 입원했던 터라 단순 감기약 처방만 받고 돌아오자니 마음이 찜찜하다. 분명 약기운이 떨어지면 어젯밤처럼 혼자 앓아야 할 것 같아 주사처방을 받는다.


주사 한 대 맞으면 그게 얼마나 영향이 있으려나.

씻은 듯이 낫진 않더라도 어제보다 덜 아플 거라는 위안은 된다.


나이 듦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늙어간다는 그 사실을 몸으로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오십, 반백살을 향해 꺾어지는 시점이라 그런 걸까.

마흔아홉의 나는 어느 때보다 쉽게 아프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 가장 크겠지만 그동안 제대로 몸을 돌보지 않은 죄(?) 값을 치르는 중이랄까.


일 년에 한두 번 독한 감기가 찾아오곤 했지만 올 가을과 겨울에는 그 횟수가 늘어나고 평소보다 더 자주 더 독하게 아프다.

정말 많이 아픈 건지, 이제는 아픈 게 참기 어려워질 정도로 내가 몸이 노쇠한 건지, 아니면 아픈 게 싫고 겁나서 사리는 마음이 커진 건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아플 것 같은 신호가 오면 늦장 부리지 않고 병원에 가고 약을 꼭 챙겨 먹는다. 빨리 컨디션 회복을 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잘 챙겨 먹고 푹 자려고 노력한다.


폐렴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후부터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독서하던 루틴도 시간을 조금씩 늦춰 아침독서로 바꿔가고 있다. 시간을 고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매일 읽고 쓰는 마음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내가 스스로 깨닫고 있어서다.


매일 새벽 4시, 5시, 6시를 지키려 했던 나의 독서루틴은 270일이 다가오면서 7시, 8시 아침독서의 기록루틴으로 변화하고 있다. 몸이 이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끝까지 새벽독서를 고집하다 지금보다 더 건강이 약해지면 매일 아침 하던 독서와 글도 쓸 수 없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가 시간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

돋보기 없이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쉽게 감기에 걸리고 꽤 독하게 오래 아프다.

오른쪽 무릎이 자신의 존재를 외치며 시큰거린다.

손가락 관절이 자주 붓는다.

흰머리는 늘어간다. (이건 좋다. 난 회색머리가 로망이니까)

늘 낮아서 걱정이었던 혈압이 고혈압전단계를 왔다 갔다 한다.

겨우 당료 전단계를 벗어났는데 체중이 다시 늘고 있다.

간수치가 정상이 됐다고 칭찬받았는데 여전히 늘 피곤하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바닥이다.


나이 듦과 노쇠함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제는 무리하게 약속을 잡지 않고 휴식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몸을 사리는 것은 약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몸을 아끼겠다는 반증이다.


나는 이제 ‘일찍 죽어야 니들이 편할 텐데…’하면서도 꼬박꼬박 영양제를 챙겨 먹는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사리는 일, 그것은 자신은 돌본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마음과도 닿아있다.


나는 저녁약을 챙겨 먹고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두서없는 글로 남겨본다. 오늘은 뜨끈하게 땀을 내고 내일 아침 늦은 시간까지 푹 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하게 독서글을 발행하려고 한다.


<독서처방과 밑줄프로젝트 9>가 내일로 연재가 마무리된다. 10권을 이어갈지 에세이 형식의 글을 더 써보는 독서에세이로 방향이 변화될지는 알 수없지만 매일 조금씩 읽고 쓰는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프지 않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지금보다 더 ‘사려야’ 한다.

몸도 마음도 살살 아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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