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202503020110. 늘그래 그리고 씀
제가 일하는 곳은 주차장 뒤쪽이 낮은 산이라 커다란 귀룽나무가 있습니다.
산 어귀에 사는 귀룽나무는 이름이 여러 개입니다.
귀중목, 귀롱나무, 귀룽나무, 구룡목, 구름나무
생긴 형태로보면 15미터의 거대한 키로 인해 귀중목, 귀롱나무(여기서 "롱"은 영어의 "long"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가 더 잘 어울립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정말 멋진 나무를 알게 됐다고 말하며 귀룽나무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알려줍니다. "귀룽나무"라고...
그러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잘 모르는 이름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다시 이름을 알려 줍니다. "구름나무"라고.
그러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끄덕임은 이름을 겨우 알아들었는 끄덕임이지 이 나무를 알고 있다는 뜻일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언제 올지 모를 봄비를 기다리다 결국 스스로 구름이 되어버린 구름나무처럼 제 스스로가 변화되어 더 나아가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시로 담았습니다.
5월경에 피는 하얀 꽃은 꼭 영화관에 엎질러진 팝콘 알갱이처럼 나무를 온통 덮습니다.
이때는 사진기를 아무리 들이대도 흐드러진 그 자태가 사진에 담기지 않아 아쉽습니다.
3월이 되었습니다.
아직 귀룽나무는 새잎이 없이 헐벗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곧 초록 이불을 봄비에게 선물 받겠지요.
바스락거릴 것 같은 나뭇가지에 산 새에 앉아있습니다.
겨울에 나뭇잎이 없으면 새들이 잘 보입니다.
하지만 구름나무가 샛초록 이불을 덮으면 새들은 그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 숨어서 잘 보이지 않지요.
꼭 저와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습니다.
봄이 오면 구름나무의 사진을 다시 들고 시로 찾아오겠습니다.
다정한 봄비를 기다리며...
늘그래 그리고 씀.
<구름나무와 새> 사진_늘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