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노 Aug 28. 2018

엄마와 자기 전 카톡 한 개

few of my favorite things 

엄마와의 자기전 카톡 한 개 


엄마는 딸을 참 예뻐하셨다. 부족한 것이 많은 딸임에도 항상 자랑스러워 하셨다. 그래서였는지 서른이 넘은 과년한 딸이 시집을 가지 않고 있어도 단 한 번도 결혼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나는 너 결혼 안하면 더 좋아. 내가 우리 딸 데리고 살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 딸은 참 배은망덕하게도 결혼식 날, 신랑이 좋다며 싱글벙글 웃기만 했고, 매 순간을 철 없이 즐거워 하기만 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친정 어머니의 깊은 마음은 헤아려 드리지 못했다. "이 놈의 기집애, 너무 신이 난 것 같아서 눈물이 나려다가 쏙 들어갔다. 엄마 집 떠나니까 그렇게 좋아?" 결혼식이 끝나고 엄마한테 가벼운 타박을 받았다. 그때도 난 엄마가 농담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엄마가 외로워하셨다는 걸. 밤에 가끔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심각한 얘기는 아니었다. 오빠랑 옷을 사러 가셨다는 얘기, 엄마 친구분 얘기, 새언니와 만들어 드신 맛있었던 식사 메뉴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가끔은 아빠와 오빠가 무심하게 행동해서 서운하고 속상했다는 얘기도 하셨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는 퇴근 후 과일을 먹으며, 일찍 끝난 날에는 저녁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별다르지 않게 매일 나누었던 가족 간의 작은 이야기들이다.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엄마와 보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없어졌다. 신혼의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에 젖어, 새로 시작한 사회생활에 집중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엄마에게 그것은 아쉽고, 조금은 공허한 그런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조금 늦게야 알게 되었다. 



요즘은 자기 전에 꼭 엄마와 카톡을 한다. 내가 엄마와 매일 나눌 수 있는 조그마한 의식이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뜬금 없이 "엄마 사랑해" 하고 한마디 남겨보기도 하고, "나 오늘 회사에서 칭찬 들었다?" 같은 어린아이 같은 자랑도 해본다. 그게 엄마의 외로움을 어디까지 달래드리는 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와의 끈을 항상 내가 한 쪽에서 잡고 있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다. '엄마, 나 엄마 덕분에 잘 자라서 독립했어요. 어느새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요. 그래서 매일 딸로서 엄마 옆에서 어리광을 피우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 안에는 항상 엄마가 있는 거 알죠?' 이런 마음을 카톡에 실어서 보내본다. 가끔은 씹히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짧게나마 매일 이어지는 엄마와의 카톡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