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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Sep 20. 2019

임신 준비 중인 당신이 지금 해야 할 3가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임신하기 전에 이걸 했어야 했어."

"왜 임신하기 전엔 이걸 몰랐지?" (엉엉- 후회의 눈물)


두 번의 임신, 출산을 경험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바기 있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임신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1. 둘만의 오붓한 여행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기 전에 꼭 여행을 다녀오세요. 부부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세요.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그 외 친구들이 함께 하는 동반 여행 말고 둘 만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해외여행이면 더 좋을 거예요.) 인생에서 가장 여행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 임신을 하면, 여행을 하기 정말 힘들어요. 해외여행은 더더욱이요. '태교여행을 다녀오면 되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사정상 못 가게 될 확률도 높아요.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팀, 부서 일정이 있고, 또 눈치가 보여서 여행을 위해 휴가를 쓰기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산모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여행은 갈 수 없답니다. (저도 둘째 임신했을 때는 조산기가 있어서, 여행을 금지당했었지요. 제 지인은 출산 전 4달을 병원 침대에서 보내기도 하셨어요.) 또, 지카 바이 러스니 하는 풍토병도 신경 쓰이잖아요. (그래서 첫째 때도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었죠. 크흑) 그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녔던 시기가 생각나면서 괜히 서럽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임신 직전에 한 번 다녀오시면 그런 서러움이 좀 줄어들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이제 곧 둘 만의 소중한 추억이 필요한 시기가 오기 때문입니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아내분들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착한 남편이 괜히 밉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경험이요. 그것도 꽤나 자주 올 수 있어요. 나 혼자 입덧하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신물이 올라올 때, 일을 하다가 나도 몰래 꾸벅꾸벅 조는 나를 발견할 때, 남편은 여전히 날씬한데 나 혼자 배 나오고 손 발 붓고, 겨드랑이 쪽이 시커메지는 신체 변화를 경험할 때 말이죠. 전 출산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남편이 회사에 인사 면담이 있어서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할 때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데,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고 잘해주고 있는데, 나름대로 참 힘들 텐데, 라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지만 우울함, 분노, 시기심이 올라오는 걸 막아낼 수 없더라고요. 


'난 지금 응급 제왕 해서 배를 일곱 겹이나 째고 누워서 끙끙대고 있잖아! 일어날 수도 없다고. 장애인이 된 것 같다고! 근데 왜 너는 멀쩡하게 회사 가는 거야!' 하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었죠.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브런치에 올라온 많은 에세 이글들을 보고, 저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매일 아침 출근하는 그를 시기하고 질투했어요. 도저히 삼켜지지 않는 마음이 치밀어 오르는 날에는 그에게 울부짖었습니다. 

"당신은 좋겠다. 그러고 나가면 사람들도 만나고,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갈 수 있지? 내가 하는 일은 말 한마디 나눌 사람도 없는 골방에 처박혀서 화장실 한 번 마음대로 못 가는 일이야. 하루 24시간 퇴근도 없고, 끝도 없고, 단 2시간도 편하게 잘 수 없는 일.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일.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걸 잃어버려야 하는 일. 하루아침에 내 모든 게 뒤집혀 버리는 일... 왜 나만 이런 일을 해야 해? 왜 나만 이렇게 달라져야 해? 나 혼자 만들어서 낳은 아이가 아니잖아. 당신 아이이기도 하잖아. 그런데 왜 나만 이렇게 추락해야 해?"

출처: 아래 링크. <나무와 열매> 작가님 글 


https://brunch.co.kr/@seulki66/35


이렇게 분노가 치밀 때, 우울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으실 거예요. 출산, 육아가 정말 큰 일이거든요. 나만 이렇게 오도카니 남겨진 것 같을 때, 둘이 다녀왔던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함께 나누었던 다정한 대화가 그런 부정적인 마음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보태줄 거예요. 


신랑아, 내가 임신 8.5개월 때 다녀왔던 나고야 출장 좋았지? 아주 장어덮밥도 먹고 신났더라? 우리가 하와이 여행 미리 다녀와서 다행이었어. 아니었으면 더 난리 쳤을지도 몰라. 하하. 





2. 요가, 필라테스 등의 적당한 운동 



근육이 적당히 있으면 임신 시기를 지나기 훨씬 수월합니다. 그중에서도 요가나 필라테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틀어진 신체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임신을 하면 배가 점점 불러오잖아요. 그 무게 때문에 점점 허리가 아파올 거예요. 허리가 틀어져 있으면 상상 이상으로 아파요. 특히 거북목, 척추측만, 틀어진 골반을 가진 분들은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요. (특히 장시간 앉아서 컴퓨터로 일하는 사무직인 분들은 유의하세요.) 그런데 임신 중에는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기 쉽지 않아요. 의사 선생님들도 권장하지 않으시고요. 살살 걸으라고만 하시거든요. 


이제 곧 배에 10kg 짐을 맨날 매달고 다니실 예정이니,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점검해 두시는 것이 좋아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두시면 더욱 좋고요. 저도 운동 잘 못하고(체력장 5급) 좋아하지도 않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요가랑 필라테스를 조금 배워둔 게 도움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적당한 근육이 있을 때 임신이 되면 살도 덜 찐다고 합니다. (저 첫째 가졌을 때 20kg 늘고, 배에 튼살도 생겼거든요. 그런데 둘째 때는 좀 덜 쪘어요! 첫째랑 놀아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육량이 늘었거든요..) 다만 임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실 때는 너무 고강도의 운동은 피해 주시고, 회원권도 가급적 짧게 끊으시고, 양도 또는 잠시 중지 가능한지 여부를 미리 체크해 두시는 게 좋아요. 





3. 배우자와 향후 육아 계획 상의하기 



구체적으로 아이의 24시간을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 시간표를 만들어서, 아이를 돌보는데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누가 담당할 것인지 작성해 보세요. (만약 맞벌이 부부시면, 육아휴직을 누가 언제까지 쓸 것인지, 언제 어린이집을 보낼 것인지,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시터님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미리 대화를 해두시면 좋아요) 주변의 육아 경험이 있는 부부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시면 더 좋을 거예요. 


저는 "아이는 낳아놓으면 알아서 자란다"거나, "아이는 자기 먹을 숟가락 물고 태어난다, 일단 낳아라"라는 말을 100% 믿지는 않았지만(사실이 아닙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지 뭐.'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고, 생각보다 더 감정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첫 째를 낳고 기른 아파트는 25층인데, '아 정말 뛰어내릴까..' 하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부부가 육아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하고, "함께" 한다면 그런 산후 우울감, 육아 우울증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저도 신랑이 퇴근하고 와서, "하루 종일 아이 보고 살림하느라 힘들었지?" (토닥토닥) 해주고, "아이 목욕은 내가 전담할게"라고 해줘서, 좀 더 힘을 낼수 있었어요. 그래서 둘째를 낳겠다는 무모한(?) 결정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4. 그 외 소소하게 챙길 것들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체크리스트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간단히 첨부합니다. 


- 산전검사: 풍진 바이러스 항체 여부, 염증반응, 균 검사, 자궁근종 등은 미리 체크해 두세요. (확인이 된다면) 미리 치료가 필요한지, 천천히 치료해도 될지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 두시면 임신 중 걱정하실 일이 많이 줄어들 거예요. (전 풍진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말에 밖에 못 나갔어요.) 


- 엽산, 임부용 종합비타민: 미리 챙겨 드시면 좋아요. 아이가 정확히 언제 생기는지 모르니까, 미리 최적의 몸상태를 만들어 두시면 좋겠죠?





행복하고도, 힘들고 힘든 임신, 출산, 육아의 길,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시길 바라며 몇 자 남겨봅니다. 안 힘들지는 않으실 텐데, 그보다 더 큰 기쁨과 성장이 있을 거예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랬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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