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게임 룰 하나:

1 플레이어 1캐릭터 원칙

by 티라노

인생게임의 룰 하나:

플레이어는 주어진 캐릭터 하나만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탄생과 동시에 <인생게임>은 시작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캐릭터가 생성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특성, 장단점, 환경 등의 초기 설정값을 선택하는데 관여하지 못한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는 원망이 아닐까.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사전대책을 세울 시간적 여유는 없다. 어느새 내 1랩짜리 캐릭터는 저랩존(캐릭터를 키워나갈 곳, 와우에서 언데드라면 은빛 소나무숲)에 위치하게 되었다. 내 옆의 캐릭터들은 분주하게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하며 레벨업을 하고 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도 지금 당장 게임 플레이에 임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이다.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캐릭터는 다르게 성장한다. 내가 잘 한다면 내 캐릭터는 원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예를 들자면, 해당 서버에서도 알아주는 랭커로 성장하여 돈, 명예, 그 밖의 갖가지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고)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내 캐릭터는 레벨업도 완료하지 못한 채 전쟁지역의 어느 여관에 버려진 채로 잊혀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우리는 옆 캐릭터들을 곁눈질하며 휩쓸려갈 수도 있고, 게임 매뉴얼, 공략집과 지도를 보며 전략을 세워 전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했더라도, 옆 캐릭터들이 하는 대로 따라온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서 차근차근 자라온 캐릭터는 그 성장 속도와 성장폭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와우로 따지면 몬스터와 길거리 NPC가 주는 퀘스트만 한 경우와 최적의 지역 선택(동선 최소화 포함), 특정 직업 퀘스트, 시의적절한 던전 아이템 장착, 경험치 많이 주는 꿀퀘스트를 선택하며 캐릭터 육성을 한 경우}. 그렇다면 인생을 잘 살고 싶은 사람, 물적, 또 심적으로 풍족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은 인생이라는 게임의 매뉴얼을 충분히 숙지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글은 <인생 게임 매뉴얼> 중 가장 먼저 숙지해야 하는 1번 룰에 대한 이야기이다.



1인당 1 캐릭터, 초기 설정값은 변경할 수 없다.


1번 룰: <인생게임> 시,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 1개만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고, 복수의 캐릭터를 생성하거나, 갖고 있는 캐릭터의 설정값을 변경할 수 없다. 캐릭터 특성은 플레이어 본인과 일치한다. 인생게임이 다른 게임보다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캐릭터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하지 못하고, 2) 자기연민이나 억울함 같은 불필요한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또, 3) 옆에서 렙업을 하고 있는 친구, 동료, 이웃을 보고 조급한 마음에 매뉴얼, 공략집, 지도를 숙지하기 위해 멈춰 설 심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인생게임> 플레이 시, 나는 분명 휩쓸려 온 케이스다. 명문대에 가야 한다길래, 주변 친구들 하는 대로 열심히(라고 쓰고 '무턱대고'라고 읽는다) 공부했고,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기에 자격증을 땄고, 대기업에 취직해야 한다길래 대기업에 취직했다. 옆 캐릭터들이 하는 루트대로 따라오다 보니, 당연히 다른 캐릭터들과 나라는 캐릭터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목표가 같은데 옆 캐릭터보다 잘해야 하니, 당연히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캐릭터들을 살펴볼수록 내가 갖지 못한 것만 보였다. 집이 잘 살아서 방학마다 외국에 어학연수하러 가는 친구, 목표의식이 뚜렷해서 3년 동안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꾸준히 공부하던 동기, 공부도 잘하고 유머러스해서 인기도 많은데 외모까지 뛰어난 언니를 보면 '난 그럴 돈이 없지', '난 끈기도 없고 멘탈도 약해', '난 공부도 늘 보통이고, 쓸데없이 진지한데 외모도 평범하니 소망이 없구먼' 하고 자조적인 생각만 들었다. 사부에게 자주 불공평하다고 불만도 많이 토로했다. 내 '설정값'이 별로라고. 그리고 사부는 알려줬다. 내 게임 실력이 별로라고.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진짜 불공평해요. 저 컨설팅펌에서 인턴 하게 돼서 정말 좋았다고 했잖아요? 전 진짜 노력해서 된 건데, 옆 자리에 새로 온 사람은 낙하산이더라고요. 빅 클라이언트의 자제분이래요. 맨날 자리에 없어요. 인턴십에서 잘할 필요가 없겠죠. 부모님 회사에서 한 자리하겠죠 뭐,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컨설팅펌에서 채용해 줄 것 같아요. 회사도 사업기회 얻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겠지. 부자 부모님 못 만난 사람들만 억울한 거죠." "음, 전형적인 루저의 생각이지. 지금 그걸 두고 네가 고민하면 뭐가 바뀔까?" "아니죠, 아니지만.. 그래도 억울하잖아요." "너, 그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어?" "아뇨, 하지만 그래도 취직이나 먹고 살 걱정 안 하는 것만 해도 어디예요. 저보다는 나은 환경일 게 뻔하잖아요." "일단 가족은 다시 태어나기 전까진 바꿀 수 없어. 다시 태어날 거 아니잖아? 다시 태어나도 안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지. 그리고 말이야, 부자는 다 행복해? 그럼 삼성가의 막내딸은 왜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을까? 네가 말한 사람이 객관적으로 부유한 건 사실이겠지. 실제로 지금 너보다 행복할 수도 있어. 그래도 어쩔 거야.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건데." (커피 빨대로 한 모금) "네가 아직 레벨이 낮아서 그래. 네 안에도 충분히 좋은 것이 많이 있고, 너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굳이 그런 삼류의 생각에 집착하지 않을 테니까. 남이 어떻게 살고 뭘 갖고 있고는 네 인생에 있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겠지."



너의 캐릭터, 어디까지 알아봤니?


사부와 사부의 다른 제자들과 2015년부터 독서클럽과 인재양성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다. 모임에서 사부의 첫 질문, 그리고 공통질문은 거의 매번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였다. 난 주로, "잘 지냈어요. 새로 옮긴 회사에서는 직접 소송 업무도 맡아서 처리해 봤고, 큰 프로젝트도 여러 개 맡고 있어요. 아. 가족도 평안해요." 같은 대답을 했었다. 사부는 가만히 듣고 모임을 진행한 후 집에 가는 길에 "넌 너무 조급해." "잠시 멈춰서 너 자신을 돌아봐." 하고 얘기해줬다. "전 조급하지 않은데요." "자신이 흐름 속에 있을 때는 휩쓸려 가고 있는지 모르지. 뭔가 해내야 한다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틀린 거야." "음, 고민해 볼게요."


그 당시에는 사부가 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옆에서 렙업하는 다른 캐릭터들보다 어떻게든 앞장서 보려고, 내게 부족한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만회해 보려고 무리를 해왔고, 사부가 그것을 간파했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잠시 시간을 들여 내 캐릭터를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고민해 보고, 매뉴얼을 읽고 전략을 세워야 했으나, 조급한 마음에 그럴 시간까지 몽땅 눈 앞의 몬스터를 잡는데 할애했던 것이다. 오히려 플레이에 앞서 한 숨 돌리고 <세심한 관찰자> 스킬(미주 1)로, 나는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할 때 잘하고 신나고, 어떤 것을 할 때 힘겨운지 스스로를 분석해 봐야 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완성해야 할지,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결정할 때 '나 분석 보고서'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했어야 했다. 그래야 더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플레이하는 내가 신이 날 테니까. (미주 1:<세심한 관찰자> 스킬은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243화에서 나온 개념이다. 자신에게 사용하였을 경우, 위 그림처럼 자신과 거리를 두고 제삼자적 시각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51673&no=246


前 IBM KOREA 디지털 세일즈/소셜마케팅 스페셜리스트 이아롬 님이 적절히 지적해 주신 바와 같이(하기 링크 첨부) '계속 남과 나를 비교해서 거기에서 일어나는 차이(Gap)만 보지 말고, 내가 누구이고, 그래서 나만의 어떤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그게 모든 걸 다 잘하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낫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까지 집중하여 굳이 심력을 낭비하고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다. 내 캐릭터를 '사제'로 기르기로 했다면, 치유능력과 신수 데미지에 집중하고, 체력과 신체능력은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일정 수준까지만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전사나 사냥꾼을 이길 수 있는 체력과 신체능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내 캐릭터를 '전사'로 기르기로 했다면, 체력, 근거리 공격, 탱커로서의 기술에 집중해야지, 마법사를 이길 원거리 능력을 갖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안 될 일이니까.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다만, 사제라면 일류 사제가, 전사라면 최고의 전사가 되면 되는 것이다.


**전 IBM KOREA 디지털 세일즈/소셜마케팅 스페셜리스트 이아롬 님의 인터뷰 링크**



<인생게임>의 모든 캐릭터는 고유하고 특별하다. 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그 특성과 기술 상의 장단점을 세심하게 살펴 잘 기르면, 내가 되고자 하는 바의 '가장 이상적인 완성형'으로 성장하기에 차고 넘치는 것을 가졌다. 그러니 휩쓸려 가며 옆 캐릭터가 가진 것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캐릭터로 나의 플레이를 하면 되니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자신을 아는 것이 다른 사기 캐릭터의 특성을 빌려오려고 하는 것보다 더 자신을 강하게 하는 것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게임>을 주체적으로, 또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배경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jyeja/10016252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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