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 룰 열:

공략의 기본은 견적이다

by 티라노

일류 목수는 거목을 베기 전에 무엇을 하였을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 큰 거목을 베어야 하는 경우 삼류 나무꾼은 바로 도끼질에 착수하고, 일류 나무꾼은 시작하기 전에 도끼날을 먼저 간다고. 갈면서 벨 나무를 잘 본다고(정관(正觀)). 나무의 질은 어떤지, 몇 번의 도끼질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강도와 각도로 찍어야 할지 먼저 '견적'을 잰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도끼질부터 시작한 삼류 나무꾼이 더 오랜 시간 도끼질을 했으니 먼저 나무를 베어 넘어뜨려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견적을 재고 타점과 회별 대미지를 계산한 일류가 먼저, 보다 적은 노력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목표를 이루게 된다. '저는 스스로 성공할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성공의 시그널을 보냈는데) 왜 성공하지 않죠?'라고 묻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챕터다. 성공의 시그널을 보내면서, 목표와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잘 보고 견적을 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부연설명을 하고자 한다.


근자감과 성공 시그널의 차이: 정관, 그리고 견적


근자에 하는 프로그램마다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개그우먼 박나래가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서 이런 말을 했다. 10대에는 하는 것마다 성공했고, 그래서 20대 때도 다 잘 될 줄 알았다고. 자신의 능력과 운에 확신을 가졌었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어떤 감독이 '너 연기 정말 못해. 이대로는 방송으로 내보낼 수가 없어.' 하는 말을 듣고 현주소를 파악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말이다. "나는 될 놈이야, 성공할 놈이야." 하고 믿고 그런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되어 있지 않고 성공해 있지 않은' 자신의 현주소에 대한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될 놈, 성공할 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 가능성을 현실의 삶으로 가져오는 데는 현주소에 대한 진단,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모습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대가 지불이 따라야 한다.


어쩌다어른박나래2.PNG <어쩌다 어른> 이미지 출처: http://news.topstarnews.net/detail.php?number=336816


누구나 자기 자신은 가급적 높게 평가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정관하기가 어렵다. 견적도 그래서 처음부터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객관적인 외부의 목소리를 수집해 자신의 능력치와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그 후 목표로 삼은 것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들을 수치화한 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몬스터의 HP가 100이라고 치고, 내가 쓸 수 있는 기술이 화염구(회당 대미지 10)라면 기본 10번을 날려야 한다. 그럼 10번을 쓸 수 있는 MP가 나에게 있는지, 시전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상대방이 전투 중 HP 회복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여 공략의 견적을 짜면 된다. 너무 당연하다고? 늘 인생의 답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그런 것들에 있다. 그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일류의 인생과 나머지의 인생이 나뉜다. 생각보다 높지 않은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마주하는 것은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직면하지 않으면 일류, 또는 고수는 될 수 없다.


일단 해보면 알겠지만 견적을 재는 것은 프로젝트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유는 1) 견적을 재려고 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목표가 구체화되고, 추상적인 목표는 걸러진다 2) 프로젝트 목표와 자신의 능력을 수치화하면 비현실적인 기대를 버리게 된다, 그리고 3) 전략과 PLAN B가 나온다. 내가 실천해 본 영역은 다이어트다. '살을 뺄래' '팔뚝살을 슬림하게'가 내 초기 목표였다. 추상적이고, 성취 여부가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막연히 빼려고 할 때는 한혜진(모델)이나 서현(소녀시대)처럼 매끈하고 긴 팔을 갖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만 애초에 길이부터가 달라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충 살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면 금방 맛있는 것의, 그리고 게으름의 노예가 되기 쉽다. 견적을 목표 달성의 영역에 끌어오면 얘기는 좀 다르다. '체중과 체지방량을 몇 kg, 몇 %'까지 줄일지가 나온다. 비현실적인 기대는 현실적으로 가다듬어진다. 그리고 들여야 하는 노력의 양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급적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정하는데 주력한다. '적게 먹고 운동하면 다 빠져', 혹은 '전체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가운데 삼두만 아령으로 빼면 될 거야' 같은 속설에 기반한 성공률 낮은 전략을 버린다. 전략을 세우는데 골몰하다 보면 삼두는 등라인, 어깨라인이 잡히지 않으면 슬림하고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팔 살만 부분적으로 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같은 큰 근육운동에 유산소 서킷, 팔 라인을 다듬는 아령운동은 '살짝 거들뿐'인 운동 루틴을 짜게 된다. 실제로 출산 후 6달 만에 전략 수정으로 목표 체중, 목표 지방률, 팔 라인 만들기에 성공했다.



0000491833_001_20170515082117632.jpg 모델 한혜진. 이미지출처: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44&aid=0000491833


"그냥 열심히"는 보답받지 못한다.


"저 진짜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많은 노력을 들였는 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그 좌절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런데 '무턱대고 열심히'하는데 들인 노력의 총량 중 1/10만이라도 전략을 재구성하는 데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학부시절 한 영문과 후배는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200페이지 까까운 원서를 시험기간에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씩 정독해 오곤 했는데 성적은 좋지 않았다. '친구, 우린 원어민이 아니잖아. 그럼 먼저 필기, 국문 해설, 아니면 번역본의 도움을 받아 중심 생각부터 파악하고 시험 유형에 따라 잘 얻어걸리게 준비하는 게 고득점 확률이 오히려 높다네.'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을 못 하여줬다. 나에게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고, 내가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자신의 방법을 고수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근데 그녀와 나 둘 다 영어실력은 도긴개긴이지만 성적은 내가 거의 매번 조금 더 좋았다. 왜냐면, 나는 내 영어실력을 <정관>해서 목표 견적을 재고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이때까지 안되었던 방법을 바꾸지 않고, 더 열심히만 하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일단 되지 않았던 방법이라면 견적을 재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냥 열심히 말고, 견적을 재서 똑똑하게 열심히 하자. 그럼 그 노력은 보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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