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퇴사를 결심하는가?
요즘의 나는 4년전만 해도 절대 생각할 수 없었던 모습을 하고 있다.
4년 전의 나는 말그대로 바른 생활을 하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예컨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연봉이 문제가 아니야, 내가 얼마나 잘해내는지, 성실하게 해내는지가 중요해, 내 자신이 만족할 만큼!"
"회사가 나에게 뭘 해주는지보다, 내가 회사에게 뭘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
"내가 어디에 있는게 중요한게 아니야. 내가 어떤 사람이냐, 어떤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한거지."
그런데 4년 동안 다녔던 두 회사가 나에게 준 메세지는 다음과 같았다.
"와, 너 참 성실한 애구나. 일 잘해줘서 고마운데, 이번에 회사가 막 돈 많이 벌진 못했거든, 그러니까 네 연봉 좀 동결할게. 주주님들 배당금도 좀 주고, 뭐 이것저것 챙기고 보니 남는게 없더라고.^^"
"직원이 몇 명인데, 그 중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 어떻게 다 챙기냐. 네 직속 상관이 잘한다면 잘하는 거겠지? 근데 잘하면 고맙긴 한데, 바로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냐. 잘하는 사람들이 또 워낙 많잖아."
"맞아. 니가 회사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 회사는 너한테 월급 주고, 복지 주잖아. 부당한 업무지시, 반복적이고 보람 없는 업무, 불공평한 인사고과, 성과 없이 소모되는 시간 모두 그 월급 안에 포함되어 있는 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다른 업무로 전환하거나, 다른 팀으로 배치시키더라도 네가 진짜 괜찮으면 잘해내겠지. 만약 아니라면, 네가 그정도 인재밖에 안된다는 것이고."
가만히 보니, 내가 회사에게 잘하려고 해도 그건 의미가 없었다. 그건 '을'이 응당 가져야 할 마음자세이고 회사 입장에서 딱히 고마워하거나 보상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현명한가? 적어도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런데......문제는 '직장은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데 지옥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냐는 거다. 나는 요새 그런데 밖에 지옥이 아니라, 광야가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도 척박하고, 너무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건너가면 풍족한 곳이 있고, 어떻게든 살 도리가 되는 그런 곳이라고.
변호사 개업을 한다거나, 강의를 해보고 싶다, 그런 갈망이 생겼다. 원래는 그런 무섭고 리스크 가득한 일을 어찌하나 싶었는데. 전업작가도 해보고 싶다. 이런 바람을 말하면 날 아끼는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마음을 담아 충고해 준다.
"온실 속에서 자라서 아직 밖의 황량함과 척박함을 모르나보네. 세상은 힘들어. 회사 안에서 하는 것과 나와서 하는 것은 완전 이야기가 달라."
그럼, 내 안에 있던 어떤 용감한 녀석이 불쑥 대답을 한다.
"네, 아직 몰라요. 하지만 나가서 생존해 보기 전까지는 제가 생존할 수 있는 놈인지, 생존을 넘어 더 뻗어갈 수 있는 놈인지 절대로 알 수 없는 법이죠."
여기까지 왔다. 더 무르익은 결심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