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다행입니다
이 시간에는
이상하게 기분이 붕 떠 있다.
하루를 쉰 것도 같고,
제대로 쉬지 못한 것도 같다.
몸은 아직 침대에 붙어 있는데,
마음은 이미 월요일로 기어 들어가
할 일과 할 말을 예습 중이다.
소음도 없는 방 안에서
조용한 게 신경 쓰이고,
평소엔 무심했던 알림음 하나에도
심장이 두 번쯤 더 뛴다.
원인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마음이 꺼림칙하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쳐 있다.
더 쉴걸 그랬나, 더 놀걸 그랬나.
그럼에도 문득,
그 모든 감정의 밑바닥에서
작은 확신 하나가 고개를 든다.
그래도 내일, 나는 일터에 간다.
일이 마음에 쏙 들진 않아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삶을 붙들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된다.
갈 곳이 있다는 것.
한 치 앞을 몰라도
내일이라는 시간을 지켜줄 무엇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것.
오늘이 막막하더라도,
내일은 예정되어 있으니까.
그게
삶이 계속되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