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5주차
집 근처에서 펫페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끌고 올까, 당연히 궁금했다.
목줄을 차고 올지 강아지용 유아차를 타고 올지 아니면 슬링백에 안겨 올지 모든 게 궁금했다.
나는 우리 노견을 데리고 나갈 수는 없는 처지였기에.
우리 노견은 치매가 시작되고나서부터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시작했다.
친구 집에 놀러가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교통을 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다행히스럽게도 -사실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낑낑 울거나 왕왕 짖거나 앙앙 입질을 하진 않는다.
다만 평소에 제가 지내던 곳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는 것이 행동으로 티가 날 뿐이다.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쉬지 않고 돌기도 하고, 집 테두리를 흩듯이 비잉글 돌기도 한다.
이름을 부르든 큰 소리를 내든 잠깐 멈춰서기만 할 뿐, 곧 제 갈길을 간다.
어쩌면 좋은 운동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노견을 데리고 나왔을 때 불편한 마음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방식이 어떻든 몸을 움직이고 근육이 빠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면 뭐든 환영 아니겠는가.
한 가지 큰 문제점은 나이가 들고 나서는 휴식이 없어졌단 것이다.
사실 이게 나이 때문이지 치매 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즈음부터 그런 행동이 시작되었으니
그저 증상 중 하나이겠거니 짐작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얌전히 엎드리거나 앉아서 멍 때리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봤다.
딱히 어리다고 할 수 없는 10대 중반까지만 해도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휴식이라는 걸 취할 줄 알았다.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수십 번을 봤을 만큼 흔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 노견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잠, 아니면 돌아다니기.
단 두 가지의 선택지만이 주어질 뿐이다.
낯선 곳에 가면 돌아다니는 것과 휴식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꽤 볼만 한 결과가 나온다.
지치는 지도 모르고, 피로가 쌓이는 지도 모르고 영영 돌아다니기.
자기가 배가 고픈지도 목이 마른지도 모른다.
그냥 발 가는 대로 돌아다니는 걸 보다 못한 내가 잡아다 품에 안으면 그대로 잠에 빠져 버리기도 십수 번.
같이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을 체험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굴뚝 같이 단단하더라도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조절할 줄 알면 마음이 좀 편해질 텐데 우리 노견이 가진 사전에는 '적당히'가 지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견 대신 내가 브레이크가 되어 주어야 한다.
배가 고파 보이면 밥을 주고, 목이 말라 보이면 물그릇을 대령해야 한다.
심심해하면 바깥 공기를 맡게 해주고, 피곤해 보이면 품에 안아주어야 한다.
무엇 하나 떠밀려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쑥불쑥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젊을 때 공원도 강에도 산에도,
자전거도 기차에도 배에도, 모래 위에도 풀 위에도 물 안에도.
갈 수 있는 곳은 다, 발 닿는 곳은 다, 우리에게 허락되는 곳이면 다 가볼 걸 하는 후회가.
적당히를 모르고 밀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