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8주차
우리 노견은 아직 백내장에 걸리지 않았다.
나이를 생각하면 아주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백내장은 동물과 사람을 가릴 것 없이 아주 흔한 질병인데 우리 노견을 잘 피해 간 모양이다.
대신 치매를 받았지만 말이다.
뭐, 뇌는 좋지 않지만 눈이라도 똑바로 보이는 게 어디인가.
아니지, '똑바로'라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백내장이 없을 뿐, 시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노견의 시력은 영 젊을 때만 못하다.
정말 코 앞에 식탁 다리나 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마를 콩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산책을 나가 이리저리 잘 쏘다니다가도 계단을 내려갈 때만 되면 층이 잘 안 보이는지 도저히 발을 떼질 못한다.
젊을 때는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왕복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내 진을 다 빼놓더니, 이제는 한참 망설이기만 한다.
그래도 내가 두툼한 갈비뼈를 두 손 크게 감아 잡으면 안심이 되는지 발을 내리고자 휘적이기라도 한다.
시력이 안 좋아지는 것은 나이에 따른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적어도 백내장이라도 늦게 왔으면 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 요즘엔 우리 노견에게 영양제를 챙겨 주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관절용, 눈용, 피부용, 뇌용, 유산균 등등 세상에 나와있는 모든 영양제를 다 먹이고 싶다.
영양제가 만병통치약처럼 작용할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영양제를 너무 세세하게 챙겨주면, 영양제끼리 겹치는 영양 성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영양분이 과다해지고, 그로 인해 간이나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걸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요번 달에는 관절 영양제를 줬으니까 다음 달에는 눈 영양제, 이런 식으로 지급할까 싶다가도 영양제를 3달 단위로 줘 봐야 별 효과가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지배한다.
나는 오랫 동안 개를 키웠음에도 여전히 무지해서 -공부해 봤자 이해할 머리 없다- 항상 수의사 선생님께 물어서 해결하고 있다.
너무 의존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괜한 실수를 해서 우리 노견 몸에 해를 끼치느니 수의사 선생님을 괴롭히는 게 낫다.
'지금 A약을 먹이고 있는데 B약이랑 동시에 복용해도 괜찮을까요.'
'영양제를 몇 종류 먹이고 있는데 이정도면 간과 신장에 무리 없을까요.'
'하루에 몇 번 주는 게 바람직할까요.'
'간식 대신 영양제를 주라는 수의사 분도 계시던데 저도 그렇게 해야 할까요.'
이 자리를 빌려 매번 저를 견디고 계시는 수의사 선생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튼 나는 우리 노견을 간호하기 위해 최선를 다하고 있다.
똥 바닥도 치우고, 더러워진 부위를 씻기고, 애착 담요를 깔아주고, 잠에 못 드는 날에는 쓰다듬어 주고....
아직 내가 백수라 다행일 뿐이다.
지금이야 부모님의 은혜를 받아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지만, 대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이 나를 괴롭힌다.
결국 대학교를 졸업하면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든 취업을 하든 뭐든 해야 할 테고, 그럼 우리 노견과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강제된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을 하는 나날이 늘어나지만 아주 답을 찾지 못하겠다.
크흠.
강아지 영양제 얘기를 하다가 왜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모르겠다.
몸에 좋은 영양제도 과하면 안 좋듯이 걱정도 과하면 안 좋은 법이겠지.
더 우울해지기 전에 글은 이만 여기서 끊어야 겠다.
내 인생이야 어떻게든 굴러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