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11주차
* 이번 글은 그저 솔직한 심정을 담은 글입니다.
우울한 색이 짙으니 읽기 전 주의 부탁드립니다.
나는 긍정적인 편이다.
나쁘게 말하면 현실 파악을 못하는 거고
더 나쁘게 말하면 희박한 확률을 과신하는 사람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회피형'이다.
어쩌면 허세일 수도 태만일 수도 있겠다.
안 좋은 버릇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노리는 것은 세계 1등이 아니니까.
100명이 있다면 한 50등만 해도 좋았다.
하나에게서 모든 걸 가지고 싶지 않다.
여러 개에서 조금씩 가지는 게 낫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인생이 아니라
길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이런 내 성격 때문에 우리 노견이 힘들었을까.
변화를 눈치챘음에도 자기합리화를 하느라 바빠서 골든타임을 놓친 걸까.
산책 나가는 걸 싫어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고 온도에 예민해진 탓인줄 알았다.
집 안을 왔다갔다거리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고 싶지는 않지만, 몸을 움직이고는 싶은 줄 알았다.
낮과 밤이 바뀌기 시작했다.
낮에 잠을 많이 자니까 밤 잠이 줄어든 줄 알았다.
우리 노견이 아파도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병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날 테니까.
우리 노견에게 있었던 가장 큰 병은 감기였고
그것보다 큰 병은 내 상상 속에 없었다.
언제나처럼 별 일 아닐 거라는 마음으로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내내 우리 노견이 보이던 증상을 가볍게만 넘겼는데
어느새 치매라는 큰 병이 우리 노견 옆에 서 있더라.
전부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그리고 내 탓이 맞다.
우리 노견은 이제 병을 치료할 나이가 아니라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이라는 걸 깨달을 때마다
나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항상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말로 넘기기에는
이제는 끝을 마주해야 하는 시기.
우리 노견을 볼 때마다 그 사실을 억지로 되새김질한다.
우리 노견은 지금 제일 어리다.
우리 노견은 지금 제일 건강하다.
그러니까 우리 노견과 함께 지금 잘 놀고 잘 먹고 잘 지내야 한다.
나는 우리 노견 없는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
우리 노견을 통해 우정을 배웠고 배려를 배웠고 사랑을 배웠는데
얘가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같이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게 나를 제일 힘들 게 한다.
겪어야 한다.
알아서 추스려야 한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노력을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열심히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최선을 다 하는 수 밖에는 없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고통과 마주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