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13주차
강아지가 발 소리를 내며 걸어다닌다.
폭신한 발바닥 젤리가 바닥을 미끄러진다.
잘 정돈된 손톱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만끽한다.
산책을 못나온지 꽤 오래 됐다.
요즘에는 좀 바빠서 주말 밖에 시간이 나질 않았는데
주말마다 비가 와서 마음을 꽤 졸였다.
산책을 가야 하는데.
10분이라도 돌아야 하는데.
노견의 눈이 안 좋은 만큼 해가 떠있을 때 나가고 싶어서
틈이 날 때마다 창문을 내다 봐도 여전히 비는 내렸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고
공기도 서늘해서 꼭 마음에 들었지만
노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다.
어쩌다가 비가 멈춰도, 아주 잠깐 비가 멈춰도
우리 노견이 깊은 잠에 빠져있곤 해서
깨워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괜히 엉덩이만 콕콕 찔렀다.
우중충한 하늘은 보기에 눈이 편했고
비에 젖은 풀 냄새가 향기로웠지만
노견이 신이 나서 걸어다니는 모습보다 못했다.
잠든 작은 머리통을 한껏 쓰다듬으면서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까, 소심한 방해도 해보았지만
우리 노견을 깨우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
겨우 시간이 나 우리 노견과 함께 돌아다니는 지금.
화단에 코를 박고 가로수에 코를 박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쳐다 보면서 가벼운 인사를 하고
대소변을 누면서 영역 표시를 한다.
살랑살랑 엉덩이 사이에서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 노견의 기분이 어떤지는 짐작할 만한 것이라
덩달아 내 기분까지 좋아진다.
적어도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을 자겠지.
새벽에 깨서 짖는 일도 없을 거다.
만지지 말라고 고개를 빼는 일도 없을 거다.
비 젖은 흙 향기를 떠올리면서 포근한 이불 위에서 몸을 굴리면서
편안하게 잘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