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15주차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던데
나는 인간이 아닌 듯 하다.
우리 노견의 병간호를 시작한지도 아마 반 년은 됐나?
슬슬 적응된다 싶으면 새로운 이벤트를 터트려 주시는 우리 노견 선생님 때문에
매번 새롭게 귀찮고 매번 새롭게 힘들다.
기꺼이 자처해서 우리 노견을 돌보고 있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더라.
이런 걸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게 사랑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고
훈훈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다가도
한 2시간 뒤면 제발 말 좀 들으라고 소리 지른다.
우리 노견이 사람이었다면 아마 머리채 잡고 싸우지 않았을까 싶다.
머리채는 너무 심한가, 그럼 멱살로 하자.
아무튼 싸우기는 지독하게 싸웠을 거다.
말이 안 통하는 지금도 투닥거리는데.
더하면 더했겠지, 절대로 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
힘들다.
아기들은 잘 때가 제일 예쁘다는 말을 우리 노견을 키우면서 절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뭐를 원하는지, 뭐를 하고 싶은 건지 도저히 알 길이 없으니까 답답하다.
속마음 맞추기도 한두 번이지, 매번 하자니까 피곤하다.
우리 노견이 원하는 게 그렇게 다양하지 않아서 스무고개라도 하는 것이지
아니었으면 두세 배는 더 힘들었을 거 같다.
하루가 무난하게 지나가면 기쁘다가도
다음날이 개판일까 봐 두렵다.
마치 사고를 치기 위한 추진력을 하루 종일 곱게 모으는 것 같다고 할까.
내가 어쩌겠냐.
그냥 건강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