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by 오전 세시

정의는 누구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이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기 시작하면 끝없이 복잡해진다. 어떤 이에게는 정의로운 일이 다른 이에게는 불공평한 일이 될 수 있으며, 어떤 사회에서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다른 사회에서는 비난받기도 한다. 우리가 정의를 논할 때, 그것은 단순히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기준을 넘어, 정의가 누구에 의해 정의되고,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가를 묻는 일이 된다.


역사 속에서 정의는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하는 원칙으로 제시되었지만, 동시에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활용되며 왜곡되기도 했다. 정의는 철학적 개념일 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삶과 얽혀 있기에, 그것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질문은 결국 "정의는 누구의 것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정의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정의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인지, 아니면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정의를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이데아로 이해했다. 그는 정의란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상태라고 보며, 이는 모든 사회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이상적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플라톤에게 정의는 인간의 욕망이나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하지 않는, 초월적이고 완전한 개념이었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 정의는 종종 상대적 관점에서 이해된다. 정의란 단일한 원칙으로 고정될 수 없으며, 사회적 맥락, 문화적 배경, 그리고 역사적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법적 정의라도, 한 사회에서는 평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반면, 다른 사회에서는 특정 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대적 정의의 개념은 특히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다. 다양한 집단과 개인이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특정 정의의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가치를 보장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정의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상대적 정의는 다양한 맥락을 반영할 수 있지만 자칫 정의의 기준이 불명확해지거나 권력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두 접근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며, 정의를 논의할 때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상반된 관점이다.


결국, 정의의 본질을 논할 때 우리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정의는 어떻게 결정되고 적용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절대적 정의와 상대적 정의는 각각 우리에게 이상적 정의와 현실적 정의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정의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개념임을 보여준다.


정의는 단순히 도덕적 이상이나 철학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는 권력과 사회적 맥락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의를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 기준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지는 정의의 본질을 논의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역사적으로, 정의는 종종 권력자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정의를 규정하고 이를 통해 지배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의는 도덕적 가치라기보다,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와 반대로, 현대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를 사회적 공정성의 원칙으로 정의했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란 가장 약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규칙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의의 기준이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롤스의 이론은 특히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의를 논의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의가 롤스가 말한 이상적 공정성보다, 사회적 맥락과 권력의 균형에 따라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법적 정의는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특정 계층에게 더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에서는 정의의 기준조차 부유층과 권력층에 의해 좌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정의가 도덕적 이상이 아닌, 권력의 도구로 변질될 위험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정의를 논의할 때, 그것이 도덕적 이상으로서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지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누가 결정하며,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정의는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힘의 균형 속에서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의는 개인의 도덕적 관점에서 바라본 정의와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한 정의가 서로 충돌할 때 더욱 복잡해진다. 개인이 느끼는 정의는 자신의 경험, 감정, 가치관에 기반하며, 이를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반면, 공동체의 정의는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형성된 합의된 기준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 두 정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안정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갈등은 특히 개인의 자유와 공익이 충돌할 때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는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재산권이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게 되어 개인의 정의에 어긋난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정의가 단순히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 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바라보는 상반된 철학적 관점을 제공한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정의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가치와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정의는 공동체의 연대와 공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충돌은 개인과 공동체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정의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정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억압될 위험이 있고, 반대로 개인의 정의만을 중시하면, 공동체의 질서와 연대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정의가 개인과 공동체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고 작동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정의는 개인의 경험과 공동체의 합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정의는 어느 한쪽의 이익에 치우치게 되어 결국 다른 쪽에는 불공평과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정의란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의 요구를 균형 있게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의를 이론적으로 정의하고 논의하는 것과,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의는 이상적으로는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인해 종종 타협과 갈등 속에서 실현된다. 이는 정의가 인간의 이상을 반영하지만,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한계 속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의 실현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롤스는 정의를 "사회적 공정성"으로 정의하며, 가장 약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정의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의의 이상이 권력과 자원의 불평등 속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법적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경제적 약자는 법적 자원을 활용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정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사회적 불신과 불만을 초래한다.


정의를 추구하며 발생하는 갈등과 부작용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갈등과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 다른 집단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불평등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과 타협의 문제를 드러낸다. 정의는 모든 이익을 동등하게 보장할 수 없기에, 현실에서는 누구의 정의를 우선시할 것인가라는 난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정의의 다층성과 지속적 과정으로서의 정의

정의는 단일한 기준이나 고정된 개념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사회적 맥락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재해석되고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의가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실현되어야 하는 동적인 과정임을 시사한다. 현대 사회의 정의는 점점 더 다층적인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갈등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정의의 실현은 단순히 이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성과 인간의 불완전성을 고려하면서도 계속해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다. 정의는 완벽하게 실현될 수 없는 개념일지라도, 그 실현을 위한 시도 자체가 사회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정의의 실현 과정에서 모든 목소리를 경청하며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는 지속적인 의지다. 정의의 한계를 인정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정의를 진정한 사회적 가치로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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