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냥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즐긴다는 것이다. 이번 글은 지난 글의 모순을 풀고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작정이다. 지난 글에서 꿈이고 뭐고 그냥 아무 일이나 하라고 했다가, 꿈을 이루려면 그냥 해야 한다고 아는 척했다. 순 모순덩어리에 개인의 실패담에 대한 변명까지, 참 맘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연재를 지키고 싶어서 올렸다..) 사실은 보통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말하고 싶었다. 10대에는 꿈이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내심 '나는 아니라는' 우월감도 느끼곤 했다. 그런데, 30대 후반이 된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친구들은 그냥, 현재에 살았던 것이다. 아마 현재에 충실한 것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웠을 것이다. 미래에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현재를 꼼꼼히 살아내는 것, 얼마나 멋있는가!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꿈이랄만큼 부를 것도 없던 사람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잘 살아내셨다고.
삼십 대 이전의 나는 현재를 돌보지 않고 미래에만 살았다. 꿈도 다 바래지고 아득해질 때쯤에는 과거에만 살았다. 숨 쉬듯 후회하면서. 버석버석해진 꿈의 곰팡이라도 잡고 있으면 그 비슷한 어떤 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남편과 합심해서 가정을 일구고, 한 아이를 책임지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현재가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하다. 꿈을 이루려는 것도 결국은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희망이란 그럴싸한 포장지에 싼 꿈을 껴안고 '다음에는 행복해질 거야'하며 애써 웃었던 것 같다. 과대포장인지도 모른 채. 요즘 자주 들리는 말로,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자주 웃고, 자주 행복해야 행복한 인생이라고. 나중에 한번 빡! 행복한 게 아니라.
누군가는 너무 발전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출근과 퇴근, 육아와 살림을 해내는 하루하루를 소모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모되는 일정량의 시간도 인생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어떻게 매 순간이 쌓이고 쌓여 덕이 되고, 살이 되고, 발전이 되겠는가. 어떤 날은 소모하고 어떤 날은 킵하면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120세 시대에 모든 순간을 다 아카이빙 할 순 없지 않은가. 망각도 복이라고 했다. 또, 소모했다 생각했겠지만, 그 하루만큼의 성실함 혹은 게으름은 어딘가에 무엇으로 쌓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올해는 '그냥' 살기로 했다. 현재를 온전히 즐기겠단 말이다. 그럴만한 충분한 여건도 있다. 바로 '육아'다. 아이가 하루하루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때마다 먹는 것과 입히는 것을 바꿔주는 일. 지금이야말로 현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타이밍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은 아이를 낳는 게 아닐까. 미래만 보지 말고, 과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내 인생의 전성기이다. 이렇게 인생에 다복한 적이 있었나. 아이의 사진 하나, 영상 하나로 부모님들께도 모처럼 인생의 낙이 생기셨다. 남들보다 적게 가졌을지 몰라도 평균보다는 더 많이 웃을 것이다.
아, 지난 글의 모순은 하나 더 있다. 이 글을 '그냥' 쓴다고 했지만 사실은 마냥 그냥은 아니다. 어쩌면 언젠가 출판의 기회가 생기진 않을까 하는 허영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하하하) 하지만 글을 쓰는 재미가 아주 조금, 더 크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꾸준히 하는 사람을 동경해 왔는데, 본격적인 중년이 되기 전에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었다. (새해라서 그런 지도..ㅎ 곧 망할 지도..ㅎ) 그런데 꾸준하다는 게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 1년이면 꾸준한 걸까? 3년? 5년? 그냥... 쓰자..(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