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러브마이셀프

by 박아담

러브유어셀프라나 러브마이셀프라나, 아무튼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이 한 문장이 나는 아직도 좀 생경하다. 나인 그 자체로 사랑받아야 한다고? 나 자체가 뭘까?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30대가 다 되도록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언제까지나 '지망생'이라고 나를 두둔하기 바빴다. 스스로에게조차. 그래도 운이 좋게 직업도 생기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비로소 나의 정체를 깨달았다.

나는 딸이자 엄마가 되었고, 아내이자 며느리가 되었다. 딸,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역할을 모두 떼고 나로서만 나는 누굴까?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는 모르겠다. 그냥 나는 우리 엄마의 딸이라서, 우리 아이의 엄마라서, 우리 남편의 아내라서, 우리 아버님의 며느리라서 내가 너무 좋다. 아마 그런 역할을 부여해준 사람들을 끔찍하게 사랑하기 때문일 테지. 우리 아버님은 나에 대해 많은 걸 오해하고 계신다. 자신의 며느리가 세상 머리도 똑똑하고, 인상도 너무 좋고, 그중에 눈이 제일 예쁘다며 만날 때마다 말씀하신다. 다른 건 몰라도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걸 아시면 꽤나 실망하시겠지. 암. 가문의 비밀이다.

도시생활에서 인간관계가 힘들고 복잡하고, 끔찍하기도 하다. 그래서 점점 더 개인의 영역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 같다. 타인에게도 그렇지만,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도 개인의 영역은 비대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인간이란 명사의 '간'은 사이 간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다운 것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거라고. 주인공만 나오는 영화는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원맨쇼일 뿐, 멜로가 될 순 없지 않은가. 나는 멜로가 좋다. 해피와 키스만 있는 멜로가 아니라 '고통과 원망과 아픔과 슬픔과 절망과 불행도 있는,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 주는' 멜로.

러브유어셀프, 그래 백번 좋은 말이다. 그런데 스스로가 사랑스러워야 사랑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 혼자 얼마나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엄마랑 길을 걸으면서 파르르 신경질을 부리다가도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세상 상냥하게 인사하는 나의 가식이나 아버님의 장황한 말씀 앞에서 절대 졸린 티를 내지 않고 눈을 반짝반짝 뜨는 나의 처세술 같은, 그리고 정말 기분 좋을 때 아주 가~~끔 남편 우쭐해지라고 술 한 잔 따르면서 서방님~ 하며 부리는 추태까지. 내가 사랑스러운 순간은 죄다 이런 가식, 처세술, 추태 따위인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다운 것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거라고, 그렇다면 사람 사이에 있는 건 응당 사랑일 것이다. 인간관계가 힘든 건 그 사랑이 없거나 부족한 탓일 테고. 나는 관계 속에서의 내가, 나 혼자만의 나보다 좋다! 그럼 러브 아워.. 위..? 아니 뭐 이것도 일종의 러브마이셀프겠지 뭐!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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