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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ul 08. 2016

부식가게 고양이

사랑으로 대해 주세요.

우리 집 앞 상가 부식가게에서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는데, 그 고양이 이름은 하얀이다.
방학이라서 집에 할 일 없이 있다가 가끔 외출을 하곤 하는데, 하얀이를 보기 위해 꼭 이 상가를 거쳐 지나가게 된다. 얼마 전에도 역시나 이곳을 지나가려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하얀이가 자고 있었는지 만지지는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귀여운 까치발

나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얼마나 귀엽게 바라보았는지! 아이는 한동안 서있다 돌아갔다.
부식가게 주변에는 유치원도 있고 초등학교도 있다.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면 바로 옆 유치원에서는 "하야나~"하며 선생님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아이들과,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아이들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상가 식구들, 경비 아저씨들, 이곳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가 하얀이를 많이 예뻐해 주시고 사랑해주신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하얀이의 자리는 '자야'라는 아이가 채워주웠다. 그 아이 또한 부식가게에서 키우던 고양이었다. 사람의 못된 짓이었는지, 큰 고양이나 개의 습격이었는지- 아침에 출근하시던 엄마의 연락을 받고 일어나자마자 달려나가 확인했지만 이미 자야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자야의 생전 마지막 모습

봉투에 담겨 굳어버린 자야를 보며 세상 떠나가듯 울었었는데. 정이 들어버린 탓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한 주가 지나고 나서 아주머니께서는 '아가씨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내가 자야랑 똑같이 생긴 애 한 마리 데리고 왔어' 라며 하얀이를 보여주셨다. 그땐 괜히 마음 주기가 두려웠는데, 그렇게 2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지금은 하얀이에게 무한 사랑을 쏟고 있는 중이다.

아이를 보며 괜히 주인도 아닌 내가 바라는 점이 생겼다. 자는 아이는 깨우지 말 것! 나쁜 짓은 절대 절대 하지 말 것!! 그리고 부디 사랑으로 대해 줄 것!!! 이 세 가지를 하얀이를 사랑해주시는,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야를 닮아 예쁘기만 한 하얀이가 오래오래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부식가게 고양이(하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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