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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an 23. 2017

고맙고 미안해

나의 주말 친구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능력 밖의 일이라 생각했지만 어느덧 1년 가까이 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일을 하면서 내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었다. 아이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간혹 내가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을 때에도 아이들은 내게 선생님이라 불러주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덕분에 친해진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내게 자신의 비밀(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크릿 쥬쥬 화장대를 받았어요!)을 말해주기도 하고, 점심에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도 알려준다. 말 잘 들으면 엄마한테 칭찬 많이 해주세요 하는 귀여운 부탁을 하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 거라며 내게 간식과 선물을 주기도 한다.

내가 지켜본 아이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기도 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 까르륵 까르륵 거린다. 갑자기 어디선가 다쳐서 오고, 어제는 "나는 선생님 좋아요" 했다가 내일 와서는 갑자기 내가 미워졌다고 말한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가 많다. 수업시간 전에 하는 세 가지 약속(1. 친구들 발표할 때 떠들지 않기 2. 뛰어다니지 않기 3. 친구랑 싸우지 않기)도 아이들은 까먹는다. 항상 말 잘 듣는 아이가 어디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임에도 늘 당혹스럽다.

꿀 같은 주말에 집에 돌아와 누우면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장난치는 아이들 업어주느라 썼던 어깨와 목은 한 번씩 쑤시고야 만다.

주말은 꼭 돌아오고 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긋 웃고, 선생님 선생님 하며 쫑알댄다. 수업시간 전 "수업하기 전에 선생님이랑 약속해야지~ 약속 기억나는 사람?" 하면, 반 떠내려가듯 "저요!!!!!!!!!!!!!!! 첫 번째!!!!!!!! 친구들 발표할 때 떠들면 안 돼요!!!!!!!!!!!!!" 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이곳을 떠나고,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저녁에 이 아이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실실 웃음이 나온다. 더 재밌게 못 놀아줘서, 우는 이유를 빨리 눈치채지 못해서, 더 살갑게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선생님 보고 싶어서 빨리 왔어요 하고 말해줘서 고맙고, 약속 지켜주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

나의 주말 친구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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