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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Aug 15. 2018

스물다섯번째 요가이야기

파리브르타 자누시르사아사나



부드러움이 만드는 견고함과 견고함에 의해 생겨나는 유연함


무엇이 참 좋다, 라고 말하면서 때, 장소와 관계없이 한없이 좋아하는 기분도 참 좋고, 지금 참 적절하고 기분좋다, 라고 여기면서 때, 장소와 관계를 맺는 좋음도 아주 기분이 좋다. 그 순간에 가장 좋은 것은 그 때가 지나고 나면 그 순간 만큼인 날은 없을 것을 알기에 가끔은 지금 반드시 충분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 테면 여름밤의 시원한 맥주나 코 끝에 찬 바람이 스치는 가을에 마시는 따뜻한 차, 겨울에 먹는 채소스프 한 그릇, 봄이면 생각나는 쑥 내음이 나는 떡 같은 것들.

요즘 만날 때 마다 정말 기분이 좋은 아사나 중에 하나는 파리브르타 자누시르사아사나이다. 몸 전체를 사용하여 빼곡하게 몸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자세에서 머무를 때면 요즈음 나에게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에 쌓여있는 것을 느긋한 마음으로 오래 들여다보는 최근의 나는 시간을 들여야만 보이는 것을 시간을 사용하여 보고싶다. 하나의 풍경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본다. 풍경이 변하고 소리도 달라진다. 나는 그대로 거기에 있어도 눈 앞의 풍경은 조금씩 변화한다.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내부 역시 매순간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걸음을 멈춘 순간인 경우가 많다. 빨리 걸음을 옮길 때에는 확실히 다른 풍경을 보게 되니까.

스스로가 부족하다 여겨져도 많은 부족함을 쌓는 일은 나무의 나이테를 만드는 일이다. 부족하다 여기면서도 자꾸만 그런 나를 만나며 거기에 머무르다 보면 시간이 흐른 다음에 만나는 나는 과거의 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마주한 아름다움을 오늘 충분하게 만나며 감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싶다. 부족하다 여기며 눈을 감아 버리거나 애써 찾으려 눈에 힘을 주지 않고, 만나게 된 장면 속에서 마음껏 발견하면서. 그 방향으로 만큼은 아주 성실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삶에 대하여 요즘 취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

매트 위에서도 역시 그렇다. 어떤 동작에서는 강함이 유연함보다 우세하고 어떤 동작에서는 반대이다. 그러니까 나는 강하기만 한 몸도 아니고 유연하기만 한 몸도 아닌 어중간한 몸. 그러나 강함이 우세할 때에는 거기에서 도움을 받고 유연함이 더 능력을 발휘할 때면 거기에서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어쩌면, 유연함을 만드는 것은 강함인지도 모른다. 진짜 강함을 만드는 것 역시 유연함인지도 모른다. 경직과는 다른 견고함이 몸을 부드럽게 하고 허약함과는 다른 유연함이 몸에 힘을 채운다. 바닥에 닿아있는 하체의 견고함이 허리와 몸 옆선의 부드러움을 채우고 어깨의 부드러움이 가슴의 열림을 만들고 복부의 강함이 아래에 있는 옆구리에 힘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나의 파리브르타 자누시르사아사나는 오늘, 몸 내부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받는다.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부드러운 말을 건넬수 있는 것은 우리 내부의 강함을 우리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믿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나고 딱딱한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부의 강함을 더 채우려 매트 위에 선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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