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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Aug 22. 2018

스물여섯번째 요가이야기

비라바드라사나 2




나밖에 되지 못하는 나와 손을 잡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에는 해야할 일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더 씩씩해진다. 그리고 또 어느 날에는 그런 사람이 아직 아닌 내 모습, 그러니까 나밖에 될 수 없는 내가 한없이 부족해보여서 걸었던 길을 되돌아 걸으며 더운 숨을 뱉는다. 하나의 생각에서 하나의 가지만 뻗어나간다면 그 생각은 옳거나 그른 것으로 금방 결정할 수 있을 텐데 여러 가지로 나아가다보니 아주 옳기만 한 일도 아주 그르기만 한 일도 세상에는 많지 않겠구나 하게 된다. 그러니까 완전하게 맞다, 맞지 않다, 라는 말로 묶기엔 삶은 꽤 복잡하다. 당위적인 것들을 제쳐두고 나서라면 일어나는 마음의 옳고 그름 같은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을 충분히 만난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깊어져도 모두 괜찮다는 것이 요즘의 마음.

비라바드라사나 2 를 할 때에는 팔을 먼 곳으로 뻗어내며 힘을 펼친다. 그러면 나는 꽤 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뻗어낸 힘을 다시 내부로 끌어와 겨드랑이 안쪽에 힘을 채우는 것까지 연습하며 삼분이상 오래 머무르다보면 나는 여전히 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한참 부족하네, 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부족함을 알게된 나는, 그것을 모르는 나보다는 조금 더 견고해진다.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은 멀리 떨어져야 보이니까, 갈 수 있는 최대한 먼 곳까지 가보자, 생각하고 떠났던 여행에서 또 하나 알게된 것은 너무 멀리에 있어서 희미해진 것은 다시 다가가 보아야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말놀이 같지만 정말 그렇다. 우리들은 삶을 더 잘 만나기 위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삶과 관계의 그러한 패턴이 우리가 더 깊어지도록 도와준다. 펼쳐졌다가 다시 깊은 곳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먼 곳으로 간다. 그렇게 계절처럼 지나가고 흘러간다.

과거를 생각하며 갖는 충분하다는 마음도 미래를 생각하며 생기는 기분좋은 긴장도 현재에 대한 온전한 인식에서 생겨난다. 그러니까 나는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 이면 된다. 나밖에 안되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고 내가 나라는 것에 고마워하면 된다.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올 장소는 내가 더 나인 곳, 내 몸과 내 마음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매 순간의 출발점은 다른 누구일 수 없고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여기, 나 자신’이다.

자세에서 멀어져있는 두 발은 힘을 밖으로 뻗어낼 수도 있고 뻗어내듯 바닥을 밀었던 발의 힘을 안으로 당겨 허벅지 안쪽, 골반을 안아주는 근육으로 까지 연결할 수도 있다. 연결하여 견고함을 만들어 줄 사람은 바로 그 순간의 나 자신.

나는 이 순간 더 견고한 내가 되어 나를 맞이한다. 무엇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에서 걸어나와 지금의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는 나를 만난다. 여기에서 더 나답게 출발한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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