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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Oct 24. 2018

서른다섯번째 요가이야기

발라사나



적당한 노력과 충분한 휴식

"그러니까 말이야, 그건 이제 더이상은 안된다는 말이야."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괜찮은 것 같았는데, 정말 별일 없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정직하게 돌아보면 분명 전조가 있었고, 그 전조를 눈치채지 못하였을 뿐이라는 것이 많은 일들이 일어난 후에 찾아오는 마음이다. 미리부터 안다면 다른 결정을 하게 될까 자문하지만 그러나 역시 대부분은 알았다고 해도 믿지 않았거나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헤어질 것을 알았어도 나는 그와 만났을 것이고, 아프게될 것을 알았어도 온 몸을 던져 그 거리를 걸었을 것이다. 반갑게 찾아온 것들도 마찬가지. 나중에 찾아올거라는 것을 알았어도 아마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두려워했어야하는 때에는 두려워했을 것이다. 어쩌면 충분히 그 마음을 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했기에 무언가가 반갑게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오래전 무지외반증으로 한참 고생했었고, 이제는 흔적만 남았을 뿐 모두 괜찮아졌다. 요가가 준 많은 선물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오른발에 찾아온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참 많이 걸었고, 많은 수업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하였다. 꽤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며 공부하고 수련하느라 정말이지 주말도 없이 지냈다. 지난 여름에는 오래 걷기에 적당하지 않은 플립플랍을 신고 제주도의 길들을 하염없이 걷기까지 했다. 늘 강하다고 생각했던 오른발이라 무심하게 안심하며 힘을 싣고 아사나 데모를 하기도 하였고, 괜찮은 너니까 계속 괜찮기를 바라면서 아니 어쩌면 그런 마음조차 먹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괜찮은 곳이었어도 피로감이 쌓였을 것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역시 갑자기는 없다. 갑자기, 그랬을리가 없다.

수업에서 나는 자주 이야기했었다.
"시간이 누적되어 찾아오는 통증을 만났을 때 우리들은 자주, 갑자기 불편해졌어! 라고 이야기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갑자기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게 말했었으면서 자신의 통증에 대해서는 부주의하게 "십년 넘게 매번 이렇게 걷고 대부분의 시간을 최대치로 움직여왔는데, 주말없이 지낸 것 조차도 사실 갑자기가 아닌데! 그런데 왜 갑자기 탈이 난거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건 이제 더이상은 안된다는 말이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동안 몸은 나를 견디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괜찮다고 여겼던 몸의 부분에 의지하는 동안, 별일 없다고 여기는 마음의 부분으로 오래 기대어 있는 동안, 내 몸도 마음도 어쩌면 나를 견뎌주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휴식의 필요성에 대해서 모두들 이야기하는데, 우리 정말, 잘 쉬고 있는 것일까? 몸이 더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을텐데 싶지만 그 전에 알았더라도 터무니없는 안심을 하고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라고 말했겠지 하는 생각도 한다. 이제 살피게 되었으니 통증은 나에게 선물을 준 것일지도 모르고, 이 역시 나아지고 나면 같은 통증을 겪는 분들과 회복과정을 나눌 수 있게 될테니 또 꽤 괜찮은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요가 수업을 하면서는 가끔 이런 방식으로 통증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휴식과 재활에 마음을 두며 시간을 보내는 요즘에는 혼자 수련을 할 때마다 평소보다 자주 발라사나를 한다. 빼곡하게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짧은 시간 휴식할 수 있었던 과거의 내가 있었다. 늘 최대치로 끌어올려 에너지를 사용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만 나를 칭찬했고, 주말도 없이 365일 중 363일을 움직인 해도 있었다. 휴식을 하다가 휴식안에 영영 빠져버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당시의 나는 푹 잘 쉬고난 다음 다시 일어나 잘 살아갈 수 있을 나를 믿지 못하였다. 수련 중간에 발라사나를 자주 하면 흐름이 끊어진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충분히 수련하고 사바사나 하면 되는데 뭐! 라고 생각하면서 쉬고싶다 느껴져도 나를 몰아부치곤 했다. 그러나 재활이 필요한 요즘은 발라사나가 좋다. 잠깐 쉼표를 만들며 기운을 차리고 다시 숨을 돌본 다음 더 즐겁게 걸음을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

적당한 노력을 하고 충분히 휴식해도 괜찮은 것 아닐까?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살뜰하게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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