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의 인기척

by 버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벌어진 문의 틈새로 들어온 김민구(aka. 침대방 문지기)가 침대로 뛰어 올라와서 인사한다. 엊그제 목욕한 민구의 보송한 털의 감촉이 좋아서 한참 쓰다듬다 보니 요가원에 가기 귀찮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닦고 고양이 세수하고 요가복 입고 준비해둔 가방을 들고 문 앞을 나서는 시간까지 10분, 주차장에 내려가서 시동을 걸기까지 5분, 차로 요가원까지 15분이 걸린다. 수련 시작 35분 전까지도 누워있다가 기지개를 켜고 몸을 좀 깨워낸 후 고개를 마지막으로 들며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가족 오락관 다이너마이트를 든 사람처럼(이 프로 아직 하나요) 생각해둔 모든 것을 순서대로 움직여서 뛰쳐나온다. 그러면 뭐 하나, 차를 어디에 세워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주차 공간 두 층을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을 좀 잡아먹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


차분한 에너지로 둘러싸인 수련실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조심하며 매트를 까는 것으로 수련이 시작된다. 아쉬탕가를 할 때는 땀을 워낙 많이 흘려서 요가 매트 타월이 필수다. 시티드 시퀀스부터 깔아줄 매트 타월을 매트의 끝부분에 지그재그로 심혈을 기울여 쌓는다. 땀을 닦을 요가타월은 반듯하게 접어 매트의 앞쪽 옆에 가지런히 둔다. 수련을 시작하는 태도가 그날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을 알아차린 후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


오늘의 수련은 레드였다.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 일정한 호흡 소리가 수련실 안을 가득 메운다. 흡사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파도 소리 같기도 하다. 뒤로 갈수록 호흡이 딸려서 들숨의 길이가 짧아지기에 의도적으로 들숨을 더 길게 쉬려고 노력한다. 뻗어내는 손과 발의 끝에 힘을 풀고 이 손과 발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거꾸로 짚어 중추에 집중한다. 모든 움직임이 호흡을 타고 이동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시티드 시퀀스를 마치고 나면 마스크 안쪽에 땀이 고인 수준을 넘어서서 짠 물이 움직임에 맞춰 왔다 갔다 하는 게 느껴진다.


수련을 마치고 나오면서 어젯밤부터 먹고 싶었던 맥도날드를 사러 가려다가 서브웨이로 발걸음을 돌렸다. 스위트 칠리소스와 홀스 래디시소스를 한 줄씩 뿌린 터키 샌드위치를 먹으며 맥도날드의 짭짤한 감자튀김을 생각한다. 제로 콜라를 먹으려다 어제 마신 다량의 탄산을 떠올리며 아메리카노로 대체한다.


1년에 걸쳐 분기별로 함께 일하는 곳 담당자님의 메일을 확인했다. 늘 정성을 담아 보내주시는 메일이 고맙게 느껴져서 오늘은 나도 마음을 듬뿍 담아 화답을 보내본다. 진심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며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여유의 인기척을 느낀다. 매일의 수련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안다.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점심시간.


#버들의요가 #아쉬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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