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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Mar 21. 2018

다섯번째 요가이야기

아르다찬드라사나





All is welcome.

바깥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일들은 나와 만나 나의 일이 되어서 나를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나를 견고하게 하기도 한다. 좋은 일들 안에 독이 있기도 하고, 마음을 무너지게 했던 일들 안에 나를 키우는 힘이 숨어 있기도 하다. 나라는 집 안에서 찾아온 많은 일들을 만나는 동안, 매번 휘청거리고 싶지는 않다. 좋은 일들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싶지도 않다.

다른 요가 강사들은 어떻게 수업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해서 서울 전 지역을 돌며 요가원들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요가원에서는 아주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고, 어떤 요가원에서는 매우 불친절한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기대했던 경험이 아닐 때에는 마음이 몹시도 어두워져서 '내가 이런 수업을 들으려고 이 먼 곳까지 온 것은 아닌데' 하며 속상해하였다. 선택한 후에 온전히 경험하는 것 만큼은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수업이 아무리 불친절 하여도 나는 늘 최선을 다했으니까. 판단하지 말자고, 나는 수련을 하려고 온 것이니까 나를 위해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정말, 충분히 경험하고 있었던 걸까? 나에게 되묻게 된다.

삶은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때때로 최상의 것을 주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했고, 여기까지 왔으니 어서 최상의 것을 내놓으라며 마음 속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썼다. 떼를 써서, 떼를 쓰며 울어대서, 목구멍이 따끔해지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몫이었다. 나는 최상이라 생각하는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하여도 최고의 경험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고의 경험이 아니어도 그 경험이 나를 만나서 빛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그 경험 안에서 '내가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불친절한 선생님을 만나 수련한 경험은 내 안으로 들어와서 어떤 것이 불친절한 것인지를 알게 하였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삶의 경험들 역시 내 안으로 들어와서 어떤 것이 나를 약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아르다 찬드라사나는 강한 하체 위에서 상체를 부드럽게 열어내는 동작인데, 덕분에 흔들리다가 균형을 잡았다가 다시 흔들리는 하체를 만나며 흔들리는 방법과 균형 잡는 방법을 알도록 한다. 기반이 명확해졌을 때 상체를 얼마만큼 열어 낼 수 있는지도 알게 한다. 바닥에 닿아있는 손을 떼어 하늘로 들어올려볼 수도 있고, 그렇게 떼어낸 손으로 발을 잡을 수도 있고, 발을 잡고 가슴을 더 열어낼 수도 있다. 더 많이 열어 내려고 할 때마다 몸은 조금씩 흔들리지만 흔들림을 경험하고나면 그 다음으로 간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우리들은 좋은 경험을 찾아다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은 무엇일까? 많은 경험들 안에서 마주할 많은 마음들, 그 중에서 나에게 이로운 마음을 선택하는 것 역시 내 몫이다. 지금의 나는 무슨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햇살만이 나를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햇살도 바람도 때로는 비가 내리거나 눈이 와도 나라는 집 안에서 내 마음과 잘 지낼 수 있는 나로 성장하고 있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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