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저런 날
몸의 무게인지 마음의 무게인지 하여튼 존재 자체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매트 위 움직임이 버거워서 들숨이 짧아지는 것도 모자라 숨 쉬는 걸 잊어버리기까지 한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면 몸과 호흡이 금세 서로에게 동요되어 버린다. 동작이 힘들수록 호흡이 짧아지고, 흐름을 놓쳐서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깔딱 고개를 넘나드는 것이다. 시퀀스가 정해져 있는 아쉬탕가 빈야사요가를 스스로 진행하는 마이솔 수련을 할 때면 특히 그렇다. 날숨에서야 알아차리고 애써 길게 내쉬면 들숨과의 길이 차이는 더 멀어진다.
내가 해야 할 것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뿐이라고
깔딱 고개를 넘나들고 있으니 선생님이 다가와 호흡이 버거워지면 잠시 앉아서 호흡을 길게 하라고 하신다. 내가 해야 할 것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뿐이라고. 그리고 다시 호흡의 흐름을 따라 몸을 움직이면 된다고.
매트 밖에서도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부터 거칠어진다. 삶과 요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고른 호흡 몇 번만으로 가쁜 마음이 어느 정도 다듬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 군더더기 없는 진실이 큰 산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글/그림 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