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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May 16. 2018

열세번째 요가이야기

바시스타아사나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공간.



"여기에 내가, 여기에 그가 있어.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다른 방향으로 먼 곳에 닿은 그를 생각해. 두 사람 사이에 커다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너머에서 그를 떠올리는 거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려."

두 팔을 번쩍 들고 양 손을 다른 방향으로 펼치고는 마스미가 이야기했다. 인도 여행 중에 만난 친구 마스미는 애인과 같은 날 일본의 한 공항에서 다른 곳을 향해 출발했고, 다시 같은 날 일본의 한 공항에서 만나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을 여섯 달 동안 남미와 인도로 떨어져 만들고 다시 간격을 좁히는 일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간이 필요하고, 마음과 나 사이에도 공간이 필요하고, 힘과 힘 사이에도 공간이 필요하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이지만 각각이 가진 빛깔과 힘 사이에 균형이 생겨났을 때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않을까.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를 반복하며 맞춰지는 균형도 있을 것이고, 어떤 공간과 거리를 일정하게 지켜가며 찾는 균형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에도 공간이 필요하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서 요가 동작을 하다보면 때로는 더 어려운 것 같고 더 흔들리는 것만 같지만 그러는 동안 힘이 생겨나고 안전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 손을 바닥에서 떼어내 하늘로 들어올리는 바시스타아사나를 하다보면 때로 팔꿈치의 공간을 놓칠 때가 있다. 요가를 할 때에는 무릎도 팔꿈치도 하이퍼익스텐션을 만들지 않으며 동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래야만 각각의 근육들이 흔들리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의 아래쪽 근육과 위쪽 근육은 팔꿈치에 공간이 생겨났을 때 자신의 자리에서 힘을 내어 견고함을 만들어 낸다.

바람 많은 제주에 살던 사람들은 오래전 돌담을 쌓을 때 돌과 돌 사이에 공간을 만들며 담을 올렸다. 바람이 지나갈 자리를 만들어 두는 편이 빼곡하게 채워진 돌담보다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바시스타아사나를 할 때면 제주도의 돌담이 떠오른다. 힘과 또 다른 힘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더 견고하게 서 있게 되는 나를 상상하게 된다. 내 몸 구석구석에 갖고 있는 힘들은 어깨와 팔꿈치에, 골반과 무릎에, 공간을 만들며 움직일 때 존재하는 곳에서 있는 힘껏 부드럽고 강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 마음 곳곳에 갖고있는 감정들 역시 공간을 만들어 두고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도 있을 때, 생겨난 그 자리에서 좋은 일들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너와 그 사이에 둘이 함께 만든 그 공간이, 너를 더 너답게 하고 그를 더 그답게 할것 같아. 그리고 더 너답고 더 그다운 너희들은 함께가 되었을 때 분명 더 빛날거라고 생각해."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며 마스미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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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에크하르트톨레가 쓴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슬픔과 나 사이에 공간이 생겨났다는 문장이 있는데, 마음과 나 사이의 공간이라는 말은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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