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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May 23. 2018

열네번째 요가이야기

받다코나사나



나는 나의 한계를 모른다.



여기까지. 라는 생각의 어디까지가 정말 내가 가진 한계일까? 곰곰 생각해본다. 지금은 멀어진 어린 날의 꿈들에 대한 생각도 해보고,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다음 삶에 대한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꼬마 때에는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꿈꾸기만 하면 되는 막연한 꿈이 있었고, 학창 시절에는 이뤄질거라 생각하며 꾸던 꿈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매번 꿈을 꾸고, 노력하고, 또 다시 꿈꾸면서 살아왔다는 것이 분명한 진실인데, 그 시절의 꿈에 요가 수업을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도 분명한 진실이다. 재미있는 점은 어릴 때에는 꿈도 꾸어보지 못한 일을 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 나는 하루하루 아주 즐겁게 지낸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신의 한계라는 것은 나에 의해서 만들어 지기 때문에 돌아보면 언제나 정답이 아니다. 나는 나의 한계를 모른다. 모르고 있다. 그 사실이 요즘 나를 더 행복한 삶으로 손잡고 이끌어 간다. 딱히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 둘 해나가다 보면 이 순간들에도 분명 끝이 있겠지만 언젠가 끝을 만나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골반을 열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받다코나사나를 하며 앉아 있었던 오래전 어느 날을 기억한다. 선생님은 엉덩이가 뜨면 더이상 가지 말고 거기에 있으라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렇게 제한되는 기분이 그 때에는 그리 좋지 않았다. 다들 멀리까지 갔는데 나만 늦어버린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 ‘나도 열심히 해서 얼른 저렇게 하고 싶다!’ 생각했고, ‘근데 저기까지 가는 날이 올까?’ 하는 말도 내부에서 올라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 일 뿐인데 그런 무의미한 비교는 왜 했을까 싶기도 하고, 매번 참 스스로 의심하며 시간을 보냈었구나, 싶기도 하다.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 그런 시간도 계절처럼 지나갔고, 이제는 다른 속도의 마음을 담고 오늘을 보낸다. 지나가는 것들을 바라보고, 내 숨소리를 듣다보면 찾아올 것들은 때가 되면 나를 찾아온다. ‘무엇이 한계일까?’ 고민하는 대신 가만히 동작 안에서 머무르다 보면 받다코나사나를 할 때 바닥이 코 앞에 놓여있게 된다. 여전히 첫 호흡에 먼 곳까지 가기는 어렵지만 호흡을 여러번 반복하며 조금씩 한계를 넓혀가다보면 어느새 그렇게 된다. 끝인 것 같았지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요가를 시작하고 십이년이 지났다. 요가를 만나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삶에 나는 도착해있다. 몸도 마음도 느린 걸음으로 용케 여기까지 왔다. 말도 글도 두려워하던 내가 계속 걸어 어딘가로 가고 있다. 요즘의 나는 ‘여기가 어디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에게 자꾸만 질문을 하며 고개를 든다. 앞을 본다. 여기를 보고 있다. 오래전의 내가 나에게 말한다.

“지금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성실한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또 다시, 너는 완전히 상상하지 못했어도 아주 멋진 곳에 도착하게 될거야.”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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