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향과 색을 즐기는 독서나 할까요

by 글담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남천은 색을 공간에 흘려보냅니다.

거칠게 자신을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공간이 마치 화폭인 듯 줄기와 잎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아주 느리게 호흡을 하듯 뻗어나가며 색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사람의 향기도 보이지 않는 품격으로 뻗어나갑니다.

남천의 잎이 자유로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품격도 그러합니다.

품격은 향기를 남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향기를 지닙니다.

각자의 향은 색으로 바뀌어 실체로 와닿습니다.

때로 역한 냄새를 풍기고 어둡거나 현란한 색을 보여주는 이도 있죠.

어쩌면 이 세상은 향긋한 내음과 맑은 색을 맡고 보는 게 힘들어지는 듯합니다.

역겨운 악취가 진동하고 지저분한 색이 눈을 어지럽힙니다.

그 탓에 마음도 심란해지는 것일지도.


책의 종이 냄새가 나는 사람이 좋습니다.

“어휴, 작가 앞에서 내가 책을 읽었다고 할 수가 있나?”

이렇게 겸손의 품격까지 더해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향기는 그 사람의 색까지 짐작토록 합니다.

짙은 종이의 향과 어울리는 미백의 색을 갖춘 사람이죠.

이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겁습니다.

현학의 허세보다 삶의 진한 색이 그 사람을 드러냅니다.

작가라 해봤자 책 보는 것을 게을리하면 작가라 할 수 있나요.

겉멋 잔뜩 든 글쟁이의 색과 향도 고개를 돌리게 할 뿐입니다.


오늘은 남천의 자줏빛이 어울리는 책을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마침 한 영화감독의 책이 있네요.

비스듬히 누워서 향과 색을 즐기는 독서를 하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