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낀 하늘이 갠 겨울 오후,
어스름이 내리기 직전이라 절마당은 한가롭습니다.
잿빛 하늘이 물러간 하늘은 파랗습니다.
흐릿했던 태양은 저물기 전 마지막 빛을 밝히듯 눈이 부십니다.
큰법당을 지나 작은 암자 쪽으로 올라가니 녹슨 고리가 창이 걸쳐지기를 기다립니다.
녹이 슬어도 버티고 있는 고리는
세월의 흔적일지,
아니면 한여름 소나기와 장마의 시름을 견뎌낸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매달린 채 창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을 테죠.
기다렸다가 열린 세상을 보여주는 게 제 할 일이었을 터.
파란 하늘이 반갑습니다.
저 멀리 노을이 살짝 물드는 시간도 기꺼이 반깁니다.
하루가 저무는 고요의 시간 한가운데 서 있는 게 반가울 따름입니다.
바람이 살포시 몸을 감싸고 저리로 돌아갑니다.
속세와 경계가 없는 절이지만,
굳이 속세와 경계를 짓는 고요의 공간을 떠올립니다.
사람과 자동차 무리로부터 애써 눈을 돌리며 마음을 하늘에 맡겨봅니다.
속세든 아니든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