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얼음의 시간

by 글담



겨울이 한창인데 봄을 기다립니다.

좁은 물길의 얼음은 녹는지,

아니면 더 단단하게 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잠시 귀를 가까이 대보았지만,

물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아직은 겨울인가 봅니다.

수풀은 차가운 얼음 때문인지 갈색 옷을 바꿔 입지 못합니다.

물이 흐르고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면 제옷으로 갈아 입겠지요.


그런데 갈색 옷도 제옷일 테죠.

생기 넘치는 푸른 옷만 입었을 때가 생애의 전부는 아니지요.

갈색의 침잠과 얼음의 정지가 가져다주는 사색의 시간도 인생입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 얼어붙은 정적을 느낍니다.

요즘은 정적의 순간을 가지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이 순간이 소중할 수밖에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각자 깊은 잠김의 시간을 가진다면 좋을 세상입니다.

얕은 물길의 두꺼운 얼음은 계절의 깊이를 알려줍니다.

그에 비해 세상은 가벼운 생각과 말이 넘나듭니다.

그럴수록 두터운 얼음의 시간이 간절합니다.

멍하니 서서 생각을 하려니 앞서 간 이들이 부릅니다.

그렇다고 재촉하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생각과 감상과 여운과 시간을 느끼리라 여기곤 그냥 조용히 부릅니다.

천천히 오라고.

그래서

천천히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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