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해서 투명하게 아름다운

by 글담



그저 새벽 풍경을 찍으려 했는데,

올망졸망 투명한 불빛만이 담겼습니다.

뚜렷한 풍경보다 불투명해서 왠지 더 아름다운 새벽입니다.

불투명한 풍경이 투명한 불빛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 이른 시간입니다.


가끔 찾아가는 골목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마음이 아프거나 왠지 잃어버린 듯한 감정을 떠올리고 싶을 때마다 찾습니다.

세월이 그리 흘러도 변하지 않은 골목길 구석을 보면,

흐릿한 불빛처럼 뭔가 떠오릅니다.

흐릿해서 아름다운 기억일지 모를 과거의 추억일 테죠.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나이 먹을수록 듣는 빈도가 높아지는 질문입니다.

되돌아가고 싶을 때가 여러 단상으로 떠오릅니다.

왜 그때 그곳에서 나왔을까.

왜 그때 그것에서 멈췄을까.

왜 그때 그로부터 떠났을까.

일과 사람으로부터 떠났던 때가 떠오릅니다.

뭔가 잘하고 있을 때나 좋은 추억이 가득한 시간보다

그 모든 것들과 사람들로부터 떠났을 때의 아쉬움이 컸을까요?


아름다웠다고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새삼 그 순간들이 흐릿하고 불투명하게 생각이 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빗물이 흘러내리는 창밖 풍경처럼

불투명한 창문으로 투영되는 뭉근한 기운에 취해서 좋은 것일지도.


추억에 머물고 과거에 멈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간혹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현재를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흐릿한 옛 시간을 떠올리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합니다.

불투명해서 투명하게 아름다운 순간만이 빛나는 그 시간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는 현재의 시간을 마주합니다.

좋든 싫든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아름다워질 테죠.

악몽 같은 시간이라 해도 살아냈으니까요.

불투명하게 남은 지난 시간의 상처를 동여매고,

투명하게 현재를 살아가고픈 마음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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