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라서 매혹되고 말았습니다

by 글담



무심하게 봄햇살을 즐기며 잠시 걸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마음을 데워주는 게 또 있을까요.

어지러운 세상도 한순간에 평온해지기도 합니다.

봄의 마력이자 매력이죠.


동네 산책길은 오붓하고 소박합니다.

대충 옷을 걸치고 가벼이 나선 길.

늘 보고 다니는 길이라 별다른 기대도 없이 내딛은 길.

곳곳에 봄꽃은 뽐내기 바쁩니다.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꽃이 있습니다.

빨강이라 해서 다 같은 빨강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듯 진한 색감을 드러내는 명자나무꽃.

이름을 몰라 사진을 찍어 급하게 찾아본 이름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왜 명자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름이야 어쨌든 도도하면서도 은은한 존재감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요.


글은 저마다 색깔이 있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빨주노초파남보라고 간단히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열정의 빨강이라 해도 삶의 진한 내음이 배어 있는 검붉은 빨강,

앞뒤 가리지 않고 세상과 질서에 소리를 내지르는 새빨간 빨강.

같은 색이라지만 다른 색감을 드러내기에 무수한 색깔이 존재합니다.

그 다름의 색깔을 찾아야 합니다.

도도한 붉은 장미와 왠지 모를 회한이 느껴지는 빨간 동백꽃의 색감이 다르듯 말이죠.


길을 걷다가 만난 붉은 명자나무꽃은 각각의 존재의 이유를 떠올리게 합니다.

붉은 장미와 붉은 명자나무꽃은 똑같은 빨강이 아니죠.

우리는 흔히 이 ‘각각’을 잊고 살곤 하죠.

그게 편하긴 합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 어른이라서, 학생이라서 한묶음으로 대하는 게 편하죠.

그 편함에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의 존재감도,

서로의 존중도 사라지고 맙니다.


봄햇살에 빛나는 붉은 색이 탐스럽습니다.

매혹적이라서 매혹되고 맙니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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