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내렸나 봅니다.
마당 곳곳에 물기 젖은 바닥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립니다.
비가 왔구나, 하며 무심히 주위를 둘러보는데 목련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새 목련꽃은 제수명을 다하고 사라져 가지와 가지 사이에 여백을 남겨 두었습니다.
얼마 전 따스한 미소를 띠던 그 목련꽃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네요.
여전히 봄은 머물고 있는데.
밤새 내려 찾아온지도 몰랐던 봄비가 남긴 흔적이 아쉽습니다.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펴도 화사한 목련의 미소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단 며칠만 미소를 보여주고 사라진 목련.
그렇게 또 미련을 가슴에 품습니다.
미련은 훌훌 털어내라고 있는 게 아닌 듯합니다.
훌훌 털어내기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겨 두고 되새기고 아쉬워하고 아파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장 인간다움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요.
미련을 매번 떨치지 못해 품고 사는 존재.
그래서 인간이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미련을 또 품습니다.
연연하는 그 무언가를 떠올릴 때마다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슴 아린 상처를 되새길 때 후회만 할 게 아니라,
그저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건 어떨까요.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바람이 좀 쌀쌀하네요.
아직은 더운 공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기꺼이 반길 만한 날씨입니다.
그 비가 또 바람이 비록 목련을 떠나 보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