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맞닿을 때 말할 수 있다

by 글담



며칠 만에 하늘을 뒤덮고 어둑한 세상을 만들던 구름이 걷혔습니다.

길 위는 햇살이 주는 봄과 어울리려고 어디론가 가는 차들로 가득했고요.

평소보다 시간이 걸려도 차 안에서 느긋이 기다립니다.

갈 곳에 다다를 때까지 음악도 듣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추월하는 엔진 소리가 봄의 수다처럼 들립니다.


어쩌면 음악마저 귀찮은 소음이라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창문을 꼭꼭 닫아두고 고요를 길러내려는 듯 자꾸만 소리를 차단합니다.

그러다 차에서 내려 바라본 철쭉.

지금껏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는데,

불타오르듯 선분홍빛을 내뿜는 꽃의 소리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꽃이 내는 소리는 바람이 불 때야 들을 수 있습니다.

사각사각 이 꽃과 저 꽃이 맞닿을 때 꽃은 말하는 듯합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혼잣말을 하는 것보다 서로가 맞닿아 있을 때 말을 하고 말을 듣습니다.

물론 그저 같이 있다고 해서 말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겠죠.

마음이 맞닿아야 말은 서로에 다가가고 와닿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맞닿은 마음을 애써 찾으려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지도.


무너진 마음을 추스를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바로 옆에 있어줄 사람입니다.

나 혼자 있게 내버려 둬, 라고 말을 해도 정작 마음은 또 다른 마음을 찾습니다.

나 혼자 있더라도 곁에 있어줄 사람을.


철쭉은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서로가 맞닿아 있으니 바람의 힘을 빌려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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