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골목길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분명 그렇다고 생각하고 어슬렁 배회합니다.
그곳에 이미 공간의 주인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라보고.
담장 밑 들꽃은 짙고 깊은 말을 건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요.
그저 노란색,
그저 홀로,
그저 흩날리는.
그 몸짓은 절대 고독을 뜻하는 걸까요.
알 수 없는 무덤덤한 몸짓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합니다.
괜한 민망함에 주저앉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뜹니다.
오늘 새벽,
밖으로 나가니 밤새 봄비가 왔더군요.
이제 곧 해가 뜨면 서서히 봄비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겠지요.
마당에는 짙은 초록의 송진가루가 깊게 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가 와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더 짙고 깊게.
골목길 들꽃의 짙고 깊은 존재처럼,
내가 내뱉은 짙고 깊은 한숨처럼,
봄의 흔적은 골목과 마당에 남아 여름을 기다립니다.
봄비를 맞았을 들꽃은 해갈을 했을지.
벌 한 마리 찾아들기라도 하면 덜 외로울 텐데.
아직 허물어진 마음의 울타리를 세우지 못했나 봅니다.
골목길 담장 밑 한송이 들꽃에 이리도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것을 보면.
무너진 마음을 글로 써야 할 텐데, 하고 조바심도 느끼지만,
무료한 시간을 골목길 끝으로 밀어내며 조용히 마음을 다스립니다.
심심한 나를 어루만지는 봄햇살이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