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은 세상을 멈추고

by 글담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멈추지 않고 내리는 축복이 대지를 흠뻑 적셨습니다.

곳곳에 빗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빗물 떨어지며 생기는 파동에 수면에 비친 얼굴은 흩어지고 뭉개집니다.

더위는 잠시 물러가고,

여름 직전에 찾아오는 서늘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십니다.

아직 유월입니다.


비가 잠시 그치고,

먹구름이 흩어지는 듯했지만,

아직 생명의 기운을 더 불어넣어야 하는지 다시 또 비가 내립니다.

축 처진 올리브도 화답이라도 하듯,

잎이 올라가고 숙인 고개를 살짝 들어올립니다.


먹구름이 잔뜩 끼자 이리저리 움직이던 크레인이 멈춥니다.

마치 바벨탑을 세우려는 듯 꼿꼿하게 하늘을 향해 찌를 듯 서 있습니다.

뻣뻣하게 굴던 크레인도 비가 주는 잠깐의 휴식을 즐기려나 봅니다.

먹구름은 장막이 되어 무대를 만들어주고,

크레인은 홀로 일인극을 펼치며 신과 인간, 그리고 기계의 대립을 드러냅니다.

이 연극의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니 지금도 여운이 남아 있는 대립과 독주의 참혹한 결과를 겪었지요.

인간만 살겠다고 한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공사장 크레인 하나에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요.

곳곳에 오래된 시간을 지울 줄만 아는,

물욕의 탑만을 세울 줄 아는 어리석은 지식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지식은 때로 어리석기도 합니다.

파멸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니까요.

덧입히고 쌓고 또 쌓으며 시간과 공간과 공존하는 지혜는 보기 힘듭니다.


비가 오다가 그쳤습니다.

다시 크레인은 움직이겠지요.

다시 세상은 끝을 모를 달리기를 하겠지요.

비 오는 한낮,

나 혼자 멈춰봅니다.

졸고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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