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리시안셔스가 다소곳이 카페 구석에 앉아 있습니다.
손님이 없는 빈자리를 대신 지켜주려는 듯.
변치 않는 사랑이 꽃말이라는데,
어째 그 사랑은 손님들한테 받아야 할 듯합니다.
궂긴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습니다.
혼자 책 읽고 모처럼 집중하며 글 작업하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만,
졸음을 참느라 애먹었네요.
게다가 손님이 오기를 바라듯 자꾸만 문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역시 카페는 수다소리가 있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이번에 이런 책들을 주문했어.”
“오, 나는 이 책 읽으려고 들고 왔지.”
카페 주인장과 두런두런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 읽을 책을 이야기하고,
카페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혹여라도 윤슬과 같은 조용한 방문이 있기를.
하루 종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힘겹기만 합니다.
손님이든
지인이든
밥 배달오는 배달부이든 간에 기다림은 영혼을 갉아먹습니다.
설렘이어야 하는데,
언제 올지 몰라 하염없이 문을 바라보는 애달픈 심정으로 지쳐만 갑니다.
그 심정을 글로 써야 하는데.
그 기대를 글로 풀어야 하는데.
글쟁이는 노트북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합니다.
글쓰기가 귀찮은 게죠.
누군가 꽃다발을 들고 주인장을 찾아옵니다.
생각지 못한 꽃 선물에 어리둥절해합니다.
꽃을 사 온 사연을 듣고 나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옆에서 눈치 없이 한마디 거듭니다.
아, 왜 내 것은 없느냐고.
나의 투덜대는 소리에 “내게 줄 장미꽃 한송이를” 하며 말끝을 흐립니다.
그 말에 그냥 핫바라도 사오지 하고 분위기를 여지없이 깨버리고 맙니다.
오늘도 이렇게 소소한 심심함과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하루의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글 쓸 게 없다는 말은,
글감을 구할 수 없다는 핑계는 게으른 변명일 뿐이죠.
이 글감을 어디에 쓸지 몰라도 차곡차곡 쟁여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