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구름이 수런거리며 수다를 떱니다.
그 수다는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고,
메마른 우리 마음에도 촉촉하게 스며듭니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날,
조용한 카페에서 주인장은 책을 보고,
나는 글을 씁니다.
책 읽는 주인장의 모습이 다소곳합니다.
몸을 책 안에 구겨 넣으려는 듯 숙이고,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춘 채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가려 합니다.
저러다 책 속으로 빠져들어 나오지 못할까 슬쩍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나오지 못하면 내가 손님을 맞아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수런거리는 구름을 뒤로 하고 옥상 정원에 불을 밝힙니다.
알전구는 아직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에 빛을 뿜어 냅니다.
그 불빛에 의지하여 읽고 있던 소설책을 꺼내 볼까 합니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초여름 비 내린 대지의 흙내음을 읽을까 해서요.
잿빛 도시 한가운데서 흙내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말라버린 대지에서 마른 소멸이 아니라 생을 북돋우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책 한 권을 읽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가끔 도서관에 가서 책상 위에 덩그러니 책을 두고,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 합니다.
맑은 하늘이든 거대한 장막을 두른 하늘이든 개의치 않고 말이죠.
투명하면 투명한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그대로 하늘을, 세상을,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때로 나의 눈을 가리는 안경을 벗는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수 있습니다.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건,
나를 온전히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하늘을 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늘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