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따로 떨어진 곳의 주차장에 홀로 우뚝 선 가로등은 불을 밝히지 않습니다.
불을 밝히는 게 존재의 이유일 텐데,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않으니 존재의 이유도 상실한 것일까요.
가로등도 할 말이 있겠죠.
스스로 불을 켤 수 없는 수동적 운명이라고요.
불 밝히지 않아도 은은한 달빛이 드리워진 장막을 주위로 밀어냅니다.
어쩌면 가로등이 잠시 쉴 수 있게 하려는 듯.
어쩌면 가로등이 홀로 외로움을 마음껏 느끼라는 듯.
공터에 외로이 서 있는 가로등의 불빛을 밝히지 않았나 봅니다.
가로등이 마음껏 외로워하라고 달은 대신해서 사람의 눈을 밝혀줍니다.
달무리조차 없는 밤이라서 달은 곳곳에 빛을 뿌립니다.
대지는 달빛 덕분에 구석구석 실체의 윤곽을 살펴볼 수 있지만,
하늘은 누구의 말마따나 “어둠으로 통통해지기” 시작합니다.
홀로 하늘에 떠 있는 가로등이 왠지 민들레를 닮았습니다.
구석진 곳에 홀로 핀 민들레.
인적이 없어 아예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가로등처럼 때로 잡초로 여겨지는 존재.
누군가에는 민들레는 뽑아야 할 잡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민들레는 약초입니다.
아이들이 훅훅 불며 놀이를 하는 장난감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가로등은 불을 밝히겠죠.
그저 외로워서 불을 밝히지 않았을 뿐입니다.
언젠가 민들레는 나를 치유하겠죠.
그저 자유롭게 들판에서 춤을 추고 있을 뿐입니다.
주눅 든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기둥이 되어 줄 수 있겠죠.
그래서 모두가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