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한 먹구름이 저만치 떨어져 있습니다.
언제쯤 곁에 다가와 비를 뿌릴까요.
이런,
벌써부터 비 걱정을 하다니 괜스레 조급한 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미리 걱정부터 하는 불안을 잠재우려 하지만,
마음의 주름이 깊어서인지 쉽지가 않습니다.
마음의 주름을 조금이라도 펴보려고 물통에 꽂아놓은 꽃에 시선을 고정해봅니다.
무슨 꽃인지 이름을 몰라 “비로소 꽃이 되어야 할” 존재에 미안합니다.
존재를 두고 실존을 부정하는 듯한 이 모호한 기분.
구체성을 묘사해야 할 글쟁이로서는 자괴감이 들 뿐입니다.
다시 시선은 먹먹한 하늘을 향합니다.
“다음 주 내내 비가 온다는데 손님 발길도 뚝 끊기겠네.”
“그러게. 심심할 텐데 뭔가 해볼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카페를 찾는 이가 없어 조용합니다.
게다가 다음 주는 장맛비가 일주일 내내 온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손님이 없어서 걱정,
손님이 없어서 심심해서 걱정,
손님이 없어서 심심해서 기운 빠질까 봐 걱정.
걱정에 걱정을 더해가는 마당에 뭔가 해야겠습니다.
“번개 영화제 어때?”
비 오는 여름밤,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이벤트를 하자고 했습니다.
가게 걱정을 애써 누르며 즐겁게 하루를 보낼 시간을 갖자고 말이죠.
무슨 영화를 함께 볼지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누가 올지도 살짝 설레기도 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 공간에 음악이 아니라 수런거리는 목소리로 채워지겠죠.
마침 카페에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OST인 ‘Whole Nine Yards’가 흐릅니다.
주인장도 잠시 자리를 비워 혼자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떠올립니다.
먹먹한 구름이 스크린이 되고,
두 주인공의 만남과 이별이 떠오릅니다.
아, 사람이 너무 그리운가 봅니다.